넘어서거나 넘어지거나[편집실에서]
2022. 11. 2. 06:40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서구’편을 ‘본방사수’했습니다. 고 송해 선생의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신영의 두 번째(녹화로는 첫 번째) 진행이었습니다. 잘하더군요. 역시나 싶었습니다. 넘치는 에너지가 안방까지 고스란히 전해왔습니다. 간만에 크게 웃어가며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과거와 맞닥뜨립니다. 선배의 업적, 영광의 신화를 넘어서도록 요구받습니다. 실상은 넘어서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넘어집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낙마했습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뒤를 잇겠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지만, 취임 직후 내놓은 감세정책이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면서 ‘44일 천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유럽에서 비슷한 시기에 취임하며 화제를 뿌린 인물이 있습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 이후 100년 만에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여성임에도 여성할당제 거부 등 남성친화적 행보, 극우정당 소속임에도 친(親)우크라이나 노선을 견지하는 등 어찌 보면 파격이요, 어찌 보면 예측불허의 오락가락 움직임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화제만 흩뿌리다 명멸할 것인가, 이탈리아 역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총리로 기록될 것인가. 그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트러스의 뒤를 이은 리시 수낵 보수당 총리도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계 출신이니, 군살 없는 몸매니, 엘리트 집안 출신이니 하는 형식을 넘어 실질적 내용으로 혼돈의 영국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주목해야 할 또 한사람이 있습니다. 3연임 달성으로 ‘시황제’에 등극했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시진핑 중국 주석입니다. 그의 앞날도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본격 견제, 신장 위구르·대만·홍콩 등 인권·민주주의를 둘러싼 안팎의 균열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흉내만 내다 좌초하고 말 것인가.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놓여 있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걱정어린 시선으로 예의주시 중입니다. 모쪼록 이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이 훗날 돌아보면 결국 역사를 발전시킨 진통이었기를 하고 바랄 뿐입니다.
세상은 냉혹합니다.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외치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은 안전보다는 효율. 나눔보다는 경쟁을 앞세웁니다. 누군가는 허들을 뛰어넘습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후대가 선대를 이깁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낙오자가 발생합니다. 뒤처질까봐 두려워 경쟁 자체를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넘어지면 세상은 또 새로운 도전자를 찾아나서니까요. 개인도, 사회도 ‘어제의 나’를 넘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부담이 어찌 없겠습니까. 김신영의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전임자의 아성에 주눅 들 이유도, 단시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오버페이스할 필요도 없습니다. 길게 보고 조금씩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대장정에 오른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를 응원합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세상은 냉혹합니다.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외치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은 안전보다는 효율. 나눔보다는 경쟁을 앞세웁니다. 누군가는 허들을 뛰어넘습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후대가 선대를 이깁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낙오자가 발생합니다. 뒤처질까봐 두려워 경쟁 자체를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넘어지면 세상은 또 새로운 도전자를 찾아나서니까요. 개인도, 사회도 ‘어제의 나’를 넘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부담이 어찌 없겠습니까. 김신영의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전임자의 아성에 주눅 들 이유도, 단시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오버페이스할 필요도 없습니다. 길게 보고 조금씩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대장정에 오른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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