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아닌 ‘사상자’로 용어”…중대본 회의 지침 논란
[앵커]
이태원 참사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에 대해 정부는 '희생자'나 '피해자'라는 말 대신 '사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이런 지침을 정한 건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범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 다음 날, 행정안전부가 준비한 영상회의 준비 자료.
사고 명칭을 '참사'가 아닌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대신 '사망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담겼습니다.
이런 지침은 중대본 회의에서 결정됐고,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전달됐습니다.
이에 따라 분향소의 공식 명칭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정해졌습니다.
피해자나 희생자라고 하면 상대편인 가해자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중립적 용어를 택했다는 겁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 "희생자라든가 피해자, 이렇게 용어도 사용합니다만 저희는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하지만 야당에선 국민적 슬픔과 거리가 멀고,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부가 무언가를 축소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행정 문서상 표현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유독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달라고 한 것도 논란을 불렀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 지침 때문에 리본을 새로 구매하거나 글자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불필요한 혼선을 빚었단 지적에 인사혁신처는 "신속히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한 형태의 리본 패용을 안내한 것"이라면서 "글자가 있든 없든 관계없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촬영기자:장세권 조승연/영상편집:이형주/그래픽:이근희 김석훈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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