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폭스콘 대탈출' 나비효과…韓 기업에 불똥 튈까
아이폰 납품 국내 기업 타격…中 봉쇄 강화 우려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애플 아이폰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달 아이폰 출하량이 최대 3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이폰 납품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선 지난 주말부터 노동자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짐가방을 끌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속도로·들판을 걷거나 높이 2m가 넘는 철조망을 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저우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도시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 정책을 강화했다. 폭스콘 공장도 30만명의 직원들이 사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폐쇄루프'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내부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의약품·음식물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엑소더스'가 발생한 것이다.
폭스콘 측은 탈출한 노동자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단체 버스까지 대절해 집단으로 공장을 빠져나간 사례가 있는 점, 인근 도시 당국에서 탈출한 노동자의 격리 계획까지 세워둔 점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선 최대 수만명이 탈출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생산라인 직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아이폰 출하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세계 최대의 아이폰 주력 생산기지다. 전세계에서 출하되는 아이폰의 절반 가량이 이 곳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로 인해 애플의 11월 아이폰 생산량이 기존 계획보다 30%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데, 점유율이 약 70%에 달할 정도로 애플 의존도가 높다. 모든 아이폰14 시리즈에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현재 아이폰에 쓰이는 OLED 패널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납품 비중도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이폰 납품 덕에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LG이노텍의 3분기 영업이익은 44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5% 증가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도 1조9800억원으로 32.9% 늘었다. 하지만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은 만큼 이들 기업의 4분기 실적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2021회계연도 공급망 목록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LX세미콘·삼성SDI·서울반도체·영풍그룹·덕우전자·범천정밀 등 11곳이다. 아이폰 생산과 관련해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국내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영향권에 있는 기업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 강화 여부다. 이미 중국 내 28개 도시에서 다양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최소 2억명 이상이 봉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혼란스러운 탈출 상황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폭스콘 2만명 감염설까지 나돌고 있다"며 "이번 이슈로 정저우 주변 도시들의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로 가전·IT기기의 출하가 지연되고 소비까지 침체되면서 반도체 등 부품 관련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봉쇄 정책이 강화될 경우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연말은 전자업체들의 성수기인 만큼 타격은 더욱 클 수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중국 내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경기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월(50.1)보다 0.9포인트(p) 하락했다. 서비스업·건설업의 기업 심리를 측정하는 비제조업 PMI도 9월에는 50.6였지만 10월에는 48.7로 크게 떨어졌다. 두 지표 모두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기 위축 국면임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의 생산 비중이 높고 프리미엄 제품인 프로급 모델의 생산도 많아 매출 비중은 더욱 높은 편"이라며 "아이폰 생산 차질에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 공급망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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