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 "거품꺼진 IPO시장, 눈높이 낮춰라"

이지운 기자 2022. 11. 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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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시장과 소통하는 IPO 전문가… IPO 혹한기 균등배정 제도 개선 강조
사진=장동규 기자
올해 주식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IPO(기업공개) 시장마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던 대어급 기업들은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등 자취를 감췄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 후 상한가) 열풍이 불던 지난해 호황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IPO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2년간 풍부한 유동성으로 만들어진 거품이 급격히 꺼지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IPO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증시가 부진을 이어간다면 내년 역시 낙관적일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경준 대표는 2010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IB(투자은행)사업본부에 공채로 입사 후 JP에셋자산운용, 한앤파트너스자산운용, 한국연금투자자문 등을 거쳤으며 케이비제21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IBKS제17호스팩의 의장, 신한제7호스팩의 임원 등을 겸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IPO 전문가다. 그동안 SK바이오팜,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등 다양한 대어급 공모주에 투자해 평균 250%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이끄는 혁신IB자산운용은 집합투자업(펀드) 외에도 투자자문, 투자일임업의 라이선스를 가진 IPO·IB 전문 금융투자회사다. IPO, Pre-IPO(상장 전 지분투자) 외에도 다수의 스팩 발기인, 신기술조합GP(업무집행조합원) 등의 참여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IPO 전문가' 텔레그램 통해 기관투자자 및 개인들과 활발한 소통



이 대표는 전날 IPO 시장에서 일어난 뉴스와 관련 공시를 정리해 텔레그램 채널방에 올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채널은 12만명이 넘는 채널 구독자 수를 보유하며 IPO 대표 채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IPO 제도에 대한 설명,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등을 통해 IPO 시장에 대한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듯 텔레그램을 통해 업계 전문가 및 개인투자자들과 소통한 지도 5년째다.

그는 텔레그램 채널 개설 계기에 대해 "예전엔 제가 정리하던 IPO 공모주 등의 일정과 뉴스 등을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공유해 주곤 했는데, 한명씩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한 번에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텔레그램 채널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증권사 IPO 부서와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이 모인 유일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채널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다"면서도 "다만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날카로운 발언도 많다 보니 해당 종목을 가진 투자자들의 불만이나 주관 증권사의 불만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취 감춘 대어급 IPO… "증시 침체 속 상황에 맞는 기업가치 측정 필요"



올해 대어급 IPO는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철회했고 7월에는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포기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던 대어급들이 연기 또는 철회를 결정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2020년과 지난해 IPO 호황기에 맞춰져 있는 발행사의 눈높이를 지적했다. 증시 상황에 맞는 객관적 기업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예로 들면 이들이 상장하던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침체 영향으로 피어그룹(비교그룹)이 모두 주가가 빠져 있는 상황이었고, 상장 후 시장이 빠르게 좋아지며 추가 상승을 보여줬기에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증시 부진 장기화에도 2년간 IPO 호황기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려는 점이 문제"고 말했다.

이어 "몸값 부풀리기도 증시 호황일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게 공모주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져야 하는데, 발행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은 여전히 고점에 있다 보니 예상 기업가치는 자꾸 높아지고 결국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올해 대어급 IPO와 따상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며 전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공모주 투자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공모주를 배정받기만 하면 상장 첫날 '따상', '따따상'(시초가 2배에 상장해 이틀 연속 상한가)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시장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이에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스팩과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가 좋은 기업 위주로 공모주 투자 전략을 세우길 조언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중견·중소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통상 2000원에 신주를 발행하고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상장한다.

그는 "최근엔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공모가를 맞춰야 하는 일반 정규 상장보다는 가격 변동성이 적은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선호되고 있다"며 "공모시장이 불확실해질수록 스팩 합병이 증시 입성의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잦은 IPO 정책 변화 아쉽다"… 균등배정 개선 지적



이 대표는 IPO 제도와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내놓기보단 여론에 따라 빈번하게 바뀌는 땜질식 처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중에서도 이 대표는 공모주 호황기에 만들어진 개인 균등배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균등배정은 한 증권사에서만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게 하고 일반 배정물량의 50% 이상을 최소 청약 기준인 10주 이상을 청약한 모두에게 동등하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는 투자자가 더 많은 공모주를 받는 비례 배정제가 불평등하다는 의견에서 생겨난 제도였다. 다만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가족들의 계좌까지 개설하며 중복 청약하는 일이 많아지거나 공모주의 효율적 배분을 막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균등배정에도 결국 한 사람이 가족들의 계좌를 이용해 중복청약이 가능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또한 균등 배분을 50%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모주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이 외면한 균등 배분 물량을 고스란히 증권사가 떠안아 실권주만 늘어나는 상황도 문제"라고 말했다.

내년 공모주 시장과 관련해선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20~2021년과 같은 IPO 호황기가 오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내년 초까지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불안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PO 시장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공모주 투자와 관련해 "IPO 시장이 부진할수록 향후 변화하는 세상에서 해당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 살펴보는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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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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