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괜찮나]①저축은행, 잊고 싶은 과거 떠오른다

이경남 2022. 11. 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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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에 PF대출 잔액 4년 새 2배 늘어
부실사태 때 마련한 모범규준 탓…부실사업 장에 집중
자금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걱정이 대두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문제가 없지만 PF 취급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보험사,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 등은 자칫 위기로도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업권의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금융권에 과거의 '저축은행 부실사태'라는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이후 한동안 쳐다도 보지 않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규모를 최근 몇년 사이 급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라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나타난 자금시장 경색이 시행사나 시공사를 시작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들이 내어준 PF 대출이 부실화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이 번지는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저축은행 부동산PF 왜 늘었나 

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10조7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5조원 수준이었던 것이 약 5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를 적극 늘린 것은 2018년부터 불어온 부동산 시장 호황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건설사가 건설사업을 마친 후 준공될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것을 의미한다.

건설사는 건물을 모두 지은 뒤 이를 분양해 대출을 갚는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경우 건물완공 이후 분양이 수월하기 때문에 대출을 갚는 것이 쉽다.

지난해까지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어디에나 지어도 부동산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라는 심리가 지배적이었다. 건설사와 시공사들이 PF 사업을 펼치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은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이 늘어난 것은 시장 호황이 가장 결정적"이라며 "저금리기조 장기화와 함께 부동산 투자 열기가 이어진 덕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 위주로 PF 대출을 취급하다보니 아파트가 아닌 다른 사업을 펼치려는 사업자들은 저축은행을 찾았다"라며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사업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부동산PF, 걱정하는 이유

사실 전 금융권으로 따져보면 저축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많지 않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 79개저축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전체 잔액 112조2000억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는 과거의 '악몽'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도화선이 마구잡이로 내어준 부동산 PF 대출이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미래 담보를 장담할 수 없는 부동산 PF 대출을 적극 취급했고 이 대출들이 부실화되기 시작하자 빚을 떼인 저축은행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에게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전체 금융리스크를 흔들지 않도록 장치는 마련해놨다.

모범규준을 만들어 부동산 PF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는 사업에 소요되는 총 금액의 20%를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아울러 건당 대출금액도 120억원으로 제한했다. 내줄 수 있는 부동산 PF 한도 역시 자본을 바탕으로 관리토록 했다. 저축은행 금고에 있는 돈을 무작정 PF 대출로 흘러들어갈 수 없도록 해놨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범규준에서 시작된다. 건당 대출금액이 120억원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PF사업이 원활하게 종료되는 아파트 등의 큰 사업장에는 부동산 PF 대출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현재 저축은행들이 취급한 대다수 PF 대출이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중소형 사업장에 치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의 87.5%가 시공사 신용등급이 '투기·무등급'이었다. 건설사업 종류별로도 대출 회수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 시공사업에 내어준 대출 비중은 15.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시공사가 짊어져야 하는 원가는 높아지고 금리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금시장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시공사는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다시 덩치가 커진 저축은행 PF 대출이 대거 부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편으로 계속]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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