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슈터 마니아의 가차없는 '퍼스트 디센던트' 평가

김영찬 객원기자 2022. 11. 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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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공사는 잘 만들었지만 디테일은 개선 필요

- 퍼스트 디센던트 공식 트레일러

루트 슈터란 슈팅 게임과 액션 RPG가 결합된 장르다. 경험치와 전리품을 획득해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를 기반에 두고 있지만, 동시에 총기류를 주된 무기로 삼아 플레이어가 직접 사격하는 슈팅 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창 시절 '헬게이트 런던'부터 시작해서 '디비전'과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꽤 오래 플레이했고,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아웃라이더스'까지 루트 슈터 장르라면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플레이해왔다. 다만 아웃라이더스 이후로 할 만한 루트 슈터 게임을 찾지 못했었다. 

그 와중에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스팀 베타 테스트 모집 소식이 들려왔다. '프로젝트 매그넘'이라는 가칭으로 처음 공개된 퍼스트 디센던트는 얼어붙어 있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트리플 A급 게임으로 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국내 게임 중에서는 생소한 루트 슈터 장르의 게임이기에 더욱 관심이 쏟아졌다. 기자 역시 큰 기대를 품고 바로 테스트에 참여했다.

 

■ 스토리와 더빙 '개선 필요'

-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는 '반쪽이' 이런 요소도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게임을 시작하면 컷인이 재생되면서 퍼스트 디센던트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100년 전 다른 세계에서 온 침략자 '벌거스'와 '거신'에 의해서 패배한 인류는 선각자의 힘을 깨우치고 반격에 나선다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루트 슈터 장르의 특성상 근 미래 혹은 고도로 발달한 우주 문명을 배경으로 외계의 침략을 받는다는 스토리는 식상하지만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현대 문명에서 볼 수 없는 각종 총기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판타지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스킬들은 현대 시대를 배경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도 퍼스트 디센던트 스토리는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컷인과 튜토리얼로 세계관과 스토리를 설명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전개됐다. 게다가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더 있었는데, 똑같이 반복되는 퀘스트와 더빙이 문제였다.

모든 퀘스트는 각 지역에서 시작 오브젝트를 이용해서 시작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퀘스트 내용이 거의 똑같아서 몰입감이 떨어졌다. 비슷한 종류의 적군을 처치하고, 지역을 수비하거나 점령하는 등 같은 방식의 퀘스트가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내 반복되기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더빙도 몰입감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을 노린 탓인지 모든 캐릭터 음성은 영어로 되어 있다. 유저는 한글 자막을 보고 스토리를 파악해야 했다. 게다가 더빙 퀄리티도 떨어졌다. 모든 캐릭터들의 톤이 일정해서 국어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전투 '합격', 모션과 타격감 '부족'

- 요격전 퀄리티는 매우 뛰어났다

가장 핵심 요소인 전투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총기의 조작감이나 스킬을 사용하는 모션도 뛰어났고, 각종 이펙트 또한 가시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구현되어 있었다. 언리얼 엔진 5의 장점인 뛰어난 그래픽도 돋보였다.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액션인 '그래플링 훅'도 사용하는 맛이 있다. 높은 지형을 한 번에 이동하거나 적에게 사용해서 근접하는 등 그래플링 훅 하나로 다양한 액션성이 살아났다. 총기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 돌격 소총, 저격 총, 산탄 총 외에도 광선 소총, 런처 등 플레이어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보스전인 '보이드 요격전' 역시 퀄리티가 뛰어났다. 보이드 요격전은 4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하여 보스를 공략하는 콘텐츠다. 특수한 공격이 나오면 벽 뒤로 피하는 등 보스전에 걸맞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특히 보스의 몸에 표시되는 부위를 집중 공격해 파괴하기도 하고 그로기 상태의 보스에게 그래플링 훅으로 올라타 부위를 직접 파괴하는 장면은 짜릿했다.

단점도 많았다. 특히 모션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래플링 훅을 사용하고 난 뒤에 난간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떨어지는 모습이 굉장히 아쉬웠다. 소위 말하는 '파쿠르' 모션이 없어서 캐릭터 보다 높은 위치의 지형을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2단 점프도 문제다. 처음 점프했던 모션 그대로 두 번째 점프를 하기 때문에 어색했다. 총기 장전 역시 다소 불편했다. 장르의 특성상 다수의 적을 상대하거나 강력한 보스를 상대할 때는 탄창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장전 중에 달리면 장전이 취소돼서 난처했다.

타격감도 개선이 필요하다. 스킬 타격감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총기 타격감은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약했다. 특히 산탄 총과 광선 소총의 타격감이 부족했다. 광선 소총의 경우 사운드를 줄이면 적을 맞추고 있는지 구분을 못할 정도였다.

- 광선 소총의 타격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 보이드 요격전은 분위기와 퀄리티 모두 매우 높다

 

■ 성장 시스템 '단순함'

- 성장 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룬 시스템'

퍼스트 디센던트의 성장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깊이가 부족했다. 다른 루트 슈터 장르의 게임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특성(Perk)이다. 이 특성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플레이어는 수많은 빌드를 구현해낸다.

단순히 빌드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플레이어는 해당 빌드를 사용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필요한 아이템을 파밍하는 등 성장 동기를 얻게 되고 더 나아가 높은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는 그런 디테일을 찾지 못했다. '룬 시스템'이 있지만 대부분의 옵션들이 쿨타임 감소, 반동 제어, 공격력 증가 등 단순한 형태여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를 찾기 힘들었다.

총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성 공격력, 치명타 배율, 장탄 량 등 단순한 옵션들 위주로 만들어져 있었고, 빌드에 개성을 추가해 줄 옵션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무기마다 고유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 아웃라이더스는 특성으로 '터렛 빌드', '중독 탄환 빌드' 등 다양한 빌드를 구현할 수 있다

 

■ 디테일 개선하면 글로벌 흥행 청신호

- 캐릭터나 비주얼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7일간 즐긴 퍼스트 디센던트를 총평 해보자면 '뼈대를 잘 갖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과 액션으로 기본은 갖추었지만, 이곳저곳 개선해야 할 게 많이 보였다.

앞서 언급했던 어색한 모션과 각 총기들의 부족한 타격감은 물론이고,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고치길 바란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건 캐릭터 육성의 깊이다. 다양한 스킬을 가진 여러 캐릭터들을 공개했지만, 육성의 깊이가 부족하다면 결국 캐릭터의 레벨만 올리는 게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루트 슈터 장르를 사랑하는 유저로서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예정작 중 가장 기대되는 게임임은 분명하다. 첫 번째 테스트인 사실을 감안한다면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MMORPG로 생각하면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정통 MMORPG인 반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정통 MMO보다는 액션과 대중성에 무게를 둔 '로스트아크'와 비슷하다.

로스트아크의 초창기를 생각해보자. 핵앤슬래시도 아니고 MMORPG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선에서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디테일을 꾸준하게 개선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현재는 글로벌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로스트아크가 시즌2에서 뼈대를 바꾸지도 않았다. 성장 방식은 달라졌지만 콘텐츠의 구성과 뼈대는 그대로다.

퍼스트 디센던트도 마찬가지다. 이번 테스트를 기점으로 완성도를 높인다면 글로벌 흥행도 문제없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만 쏟아지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넥슨의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이왕 도전했으니 성공까지 해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드높이면 좋지 않을까. 루트 슈터 마니아로서 응원하면서 완성형 퍼스트 디센던트를 기대해 본다.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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