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갉아먹는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단속 고삐 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자 건보 당국이 재정 누수 주범의 하나로 꼽히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에 대한 단속에 더욱 고삐를 죄기로 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 운영하는 불법 기관을 말한다. 면대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 운영하는 불법 기관을 일컫는다.
현재 건보재정 상황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23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하고 6년 뒤인 2028년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좋지 않다.
2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중기 재정 건전화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법 개설 의심 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확대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건보공단은 5년간 3천억원 가량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사협회, 약사회 등 의약 단체와 불법‧부당청구기관 근절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유관기관(경찰청, 보건복지부, 지자체 특별사법경찰)과 불법 개설 기관 적발을 위한 긴밀한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기관의 유형이 다양화하고 지능화하는데 맞서 조사기법을 개선하고 보험급여관리시스템(BMS)을 정교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등 의료환경 변화에 맞춰 IT를 활용해 조사자료를 송·수신하고 결과를 안내하는 등의 비대면 조사 포털시스템을 갖췄는데, 이를 통해 행정조사 과정에서 불법 기관의 자금이동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이미 적발한 불법 개설기관의 특징을 분석해 사무장병원 가능성이 있는 요양기관을 골라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모형도 개발 중이다.
건보공단은 조사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주기적으로 수사의 절차와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에 대한 교육훈련을 하는 등 행정조사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건보공단은 특히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자체 수사권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사경은 특수한 분야의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건보공단은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현장 조사에 나서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계좌추적이나 공범으로 추정되는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방안을 입법화하려고 애쓰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을 확보해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면 신속한 수사 착수·종결로 연간 약 2천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건강보험료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사무장병원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현황'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5년 6개월간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476곳에 달했으며, 이들이 부당하게 타낸 요양급여액은 1조8천427억원에 이르렀다.
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면대 약국 112곳에 대한 환수 결정 금액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5년 6개월간 3천636억7천200만원에 달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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