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한예종 총장 “한예종, 앞으로 30년은 유학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 것” [세계초대석]
비 새는 연구실 등 열악한 환경 극복해
30년간 ‘유학 안가도 되는 학교’로 성장
2000년 손열음 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임윤찬·박세은·김기민 등 스타 이어져
동문들 콩쿠르 1위 수상만 1316회 달해
미래 위해선 석·박사 과정 신설이 절실
‘예술전문사’ 정식 학위로 인정 못 받아
전통예술원 졸업생 80%는 전공 못 살려
“음악원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5층을 빌려서 수업을 하던 때인데 지하 예술 자료관이라는 굉장히 작은 공간에 제 연구실이 있었습니다. 비오니까 복도에 비가 새서 양동이를 갖다 놓았다 물이 차면 버리곤 했어요. 식당도 없으니 점심시간이면 ‘중국집 철가방’이 교수실 복도에 도열하는 장관이 펼쳐진 시절입니다. 무엇보다 ‘한예종이 학원이냐 학교냐’는 정체성 논란도 초기에 엄청 많았어요. 당시 출국신고서 직업란에 ‘교수’라고 적었더니 직원이 어느 대학이냐고 묻고는 화를 내면서 두 줄 긋고 교사라고 쓰더군요. 그런 경험을 모든 구성원이 했습니다.”
-‘한예종’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돌이켜보면 한예종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습니다. 고 이강숙 초대 총장님이 그 시절 자주하시던 말씀이 ‘유학할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들어보자’였는데 사실 믿은 사람은 없었죠. 그런데 교수들끼리 공감하며 만들어낸 예술적인 동력이 굉장히 컸고 그 결과 국제 콩쿠르 입상 등의 성과가 나타나다 어느 한순간 놀라운 성취를 이뤄서 초대 총장님 말씀이 실현된 겁니다. 이제 계속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자연스럽게 유학 오는 학생도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거죠. 목표가 아닌 결과로서 ‘유학을 와 주는 학교’가 아니라 ‘유학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 거죠.”
“‘예술가에겐 학위가 필요한가. 아닌가’는 분명히 논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백남준씨도 박사학위가 있거든요. 논란 이전에 우리나라 사회가 학위 없어도 활동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사실상 사회는 더욱 학위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결국 학위는 학생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아닌가요.
“가령 어느 회사에서 석사학위 소지자를 채용할 때 학교마다 부여한 코드가 있어요. 그런데 한예종은 그 코드가 없어요. 그러면 인사팀이 학교에 전화해서 서류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서 인정해 주는 회사도 있고 안 되는 회사도 있고…그런 데서부터 지금 당장 막히는 거란 말이죠. 특히 전통예술원 같은 경우는 활동을 하려면 현실상 학위가 없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 졸업생의 80% 정도가 완벽히 다른 분야로 가요. 학생들한테는 고통스럽죠.”
-한예종 특혜 논란도 나오는데, 어떤 특혜가 있는지요.
“박사 과정을 개설해도 ‘현재 예술전문사 정원 250명 중에 10% 정도만 박사 과정에 할애를 하자’, 그러면 많이 잡아봤자 30명입니다. 여섯 개 원당 5명꼴로 박사학위가 매년 탄생하는데 무슨 독점을 하게 됩니까.”
-석·박사 과정 신설과 더불어 ‘우수한 융합형 인재 양성’을 중요한 과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융합교육은 결국 학과가 같이 있어야 가능한데 지금 이렇게 이렇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융합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냥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체험을 해야 되는데 가장 기본 조건은 결국 같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통합캠퍼스가 절실한데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세 곳(서초·성북·종로구)에 분산된 통합 캠퍼스 계획도 그래서 필요한가요.
“융합교육은 결국 학과가 같이 있어야 가능한데 지금 이렇게 이렇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융합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냥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체험을 해야 되는데 가장 기본 조건은 결국 같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통합캠퍼스가 절실한데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한예종이 거둔 성과이자 중요한 과업이 예술 영재 교육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특히 공연예술 쪽은 (예술가 성장에) 타이밍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고 영재교육원 역할이 사실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영재를 발굴한다’는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한데 영재가 만들어지는 거로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영재 코스를 밟으면 영재가 된다’는 인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교육을 잘 받으면 영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 ‘영재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요. 굉장히 조심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결국 ‘영재는 타고난다’는 것이죠. 우리는 그 타고난 영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영재발굴을 해야 하는 것인데 ‘교육을 통해서 영재성이 생겨난다’고 믿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거죠. 영재발굴에서도 수도권하고 지방하고 격차가 생기는데 영재 캠퍼스 지역 확산 등으로 이를 해소하고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한예종이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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