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력도매가격… 값 상한제 도입 서두르는 정부

이윤정 기자 2022. 1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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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도매가, 10월 들어 kWh당 300원 안팎
전력 팔수록 손해보는 한전, 年 적자 30조
SMP 상한제 12월 시행… 민간 반발 여전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을 사올 때 기준 가격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한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 와 국민에 전기를 파는데, 파는 값(전기요금)은 변동이 없고 사 오는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에도 SMP에 한시적으로 상한선을 적용하는 ‘SMP 상한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SMP(육지 기준)는 지난 1일 오후 한때 kWh(킬로와트시)당 292.12원까지 올랐다. 10월 들어 SMP는 300원대를 넘나들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한때 359.5원까지 치솟으며 이전 최고치였던 2010년 1월 14일(335.17원) 수준을 넘어섰다. 이후 24일(304.83원), 25일(301.3원)에도 300원을 웃도는 시간대가 나왔다. 일일 가중평균치는 1일 기준 256.75원으로, 3개월 전인 8월 1일(200.2원)과 비교하면 28% 넘게 올랐다.

그래픽=이은현

SMP는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도매가격으로, SMP가 오를수록 한전은 발전사에 더 많은 전력비를 지급해야 한다. SMP가 오르면서 한전의 부담은 연일 늘어나고 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증권가는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를 10조원대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40조원까지 적자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SMP가 오르는 만큼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어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행정예고했던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SMP 상한제)’을 오는 12월부터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제도는 SMP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간 적용하며, 상한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행정예고 후 민간 사업자들이 극심하게 반발하자 초안을 수정하겠다며 법제처에 검토 절차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SMP가 급등하고 있는 데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더이상 시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주부터 발전 관련 협·단체를 만나 ‘상한 수준을 SMP의 1.25배보다 완화하고, 동계 기간인 3개월만 일단 시행하려 한다’며 발전업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발전사 등으로 구성된 집단에너지업계가 지난 6월 7일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SMP 상한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집단에너지업계 제공

산업부는 상한가격을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에서 1.5배로 상향조정하고 3개월마다 제도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 현재 kWh당 250원대인 SMP는 100원가량 낮아지게 된다.

민간 발전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게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kWh당 180원에 발전기를 돌리는 발전사업자의 경우, SMP가 200원일 때 2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으로 SMP가 150원으로 낮아지면, 정부는 180원과의 차액인 30원만 보상해준다. 민간 발전사 입장에서는 20원 이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가 보상해주면 적어도 손해는 안보지 않느냐’는 입장이지만, 연료비 측면에서만 그렇다”며 “각종 세금, 유지보수비, 운영비를 충당하려면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이익이 사라지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발전 사업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반시장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현 SMP 상승 추이가 심상치 않은 만큼 최대한 업계의 협조를 구해 12월부터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SMP상한제 수정안은 이르면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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