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들어간 NFT, ‘거품론’ 잠재울까[테크트렌드]

2022. 1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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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 TV 전용 NFT 플랫폼 내놔…생태계에 활력 기대
스마트 TV를 통해 NFT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는 NFT 전용 플랫폼이 나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초부터 제기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거품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앞다퉈 수십만 달러에 판매된 NFT의 평균 가격이나 거래량이 고점 대비 급락한 점에 주목하며 ‘NFT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NFT 거래량은 1월 대비 9월 현재 약 97% 감소했다. 가장 큰 NFT 시장인 오픈시의 매출도 6월부터 하락세다. 지난해 CNN이 출시한 NFT 플랫폼 볼트는 출시 1년 만에 중단되면서 이러한 NFT 위기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의 활성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TV를 통해 NFT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는 NFT 전용 플랫폼의 출시다. 

스마트 TV로 들어온 NFT

세계 최초로 스마트 TV에서 NFT 거래가 가능하게 한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 초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스마트 TV 제품의 ‘스마트 허브’에 NFT를 사고팔 수 있는 ‘NFT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3월에는 유명 NFT 거래소 니프티게이트웨이와 협력해 NFT 거래 플랫폼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TV를 출시했다.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국제 가전 박람회(IFA 2022)에서 디지털 아트 플랫폼 아트토큰이라는 삼성 스마트 TV 전용 앱도 선보였다. 아트토큰은 네오 QLED, 더프레임 등 삼성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타이젠 앱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가전업계의 양대 산맥인 LG전자도 스마트 TV에 NFT를 도입하고 있다. 9월 미국에서 NFT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LG 아트랩을 선보였다. LG 아트랩은 TV의 홈 화면에서 웹OS 5.0 기반의 미국 LG 스마트 TV 소유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이다. 

LG 아트랩은 가상 자산 헤데라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암호화폐 지갑인 월립토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헤더라는 이더리움·솔라나와 달리 블록체인이 아니다. 그 대신 분산 원장 기술(DLT)인 해시그래프를 활용해 NFT 인증서를 발급한다. 블록체인처럼 작업 증명(PoW)이나 지분 증명(PoS) 등의 합의 알고리즘을 따르지 않아 블록체인보다 트랜잭션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사용자는 큐알(QR) 코드를 스캔하고 월립토 앱을 사용해 LG 아트랩에서 NFT를 구입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미국 달러에 고정돼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인 USD코인을 구매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NFT 예술 작품을 이미지뿐만 아니라 NFT 비디오 클립을 스트리밍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NFT 스트리밍을 위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TV 앱인 ‘스트림 NFT’다. NFT 검색 업체 NFT 랩이 개발한 이 앱을 사용하면 가정의 TV를 통해 NFT 아트 컬렉션을 검색하고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다. 현재 NFT 랩은 55만 개 이상의 NFT 작품의 웹 카탈로그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색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림 NFT를 이용하려면 NFT랩 계정과 미국의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로쿠 호환 스마트 TV 또는 로쿠 스트리밍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 로쿠 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하고 이더리움 기반의 지갑으로 로그인하면 고객의 NFT가 블록체인에서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사용자는 스트림 NFT 채널에서 제목, 설명, 생성 날짜, 원산지 시장 및 최종 판매 가격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림 NFT는 현재 약 6000만 대의 로쿠 지원 TV에서 작동하며 720p 해상도에서 최대 2160p 4K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기반을 둔 노매드 미디어 클럽은 지난 4월 세계 최초 NFT 기반의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출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구독 기반 스트리밍을 중단하고 창작자에게 더 공정한 지불을 제공하기 위해 웹3 기반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했다.

NFT 생태계에 주는 의미 :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객 가치

그렇다면 NFT가 예술 작품을 넘어 미디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접목되고 있는 것은 NFT 생태계와 참여자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NFT 스트리밍 TV 앱의 출현은 산업적 측면에서 스마트 TV의 기능이 한 단계 진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TV는 단순히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미디어가 아니라 NFT 같은 디지털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사고팔 수 있는 고객 가치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공급자는 이번 TV에 접목된 NFT 플랫폼으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묶어 둘 수 있다. TV 제조사는 화질과 같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프리미엄 TV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TV 가전사들은 그동안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2015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가 대표적이다. 라이프스타일 TV는 더프레임 전용 구독 플랫폼인 아트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신개념 TV다.
 
소비자는 TV를 시청하면서 추가적인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플레이투언’처럼 NFT 플랫폼도 NFT를 감상하듯 시청하면서 수익을 얻는 ‘와치투언’ 수익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지가 아닌 오디오나 비디오 형태로 NFT를 제공하는 추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NFT는 사진이나 이미지 형태의 NFT가 주류를 이뤄 왔지만 이제는 비디오나 오디오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디오 기반의 NFT가 영화·엔터테인먼트·스포츠·음악 등 오디오·비디오 카탈로그 분야에 새로운 수익원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NFT가 블록체인에 저장된 디지털 등기 권리증이다 보니 NFT 자체는 영구히 저장되지만 비디오와 같은 디지털 원본 파일을 저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비디오 NFT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디오코인·쎄타·오디어스 등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디오 플랫폼인 비디오코인은 분산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인 파일코인과 협력해 고해상도의 비디오 파일을 저장할 수 있게 스토리지 문제를 해결했다. 

스마트 TV와 NFT의 접목은 향후 NFT 생태계를 둘러싼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나 고객 가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국내외 TV 가전사들의 NFT 도입 추세에도 불구하고 CNN의 볼트 중단 사례처럼 철저한 사전 기획 없이 단순히 기능만을 추가한다는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현재 나온 스마트 TV의 NFT 플랫폼들은 아직 초기여서 스마트 TV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NFT 예술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스마트 TV를 통한 NFT 구매와 판매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TV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면 하락세의 NFT뿐만 아니라 미디어 산업 자체에도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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