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데 왜 눈물이?' 득보다 실이 많은 듯한 키움, 안우진 빠지면 선발진이 텅 빈다[KS1]

허행운 기자 2022. 1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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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분명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을 따낸 승리다. 그런데도 키움 히어로즈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올시즌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에이스' 안우진(23)의 몸상태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손가락 부상 끝에 강판되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연합뉴스

키움은 지난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혈투 끝에 7-6 승리를 거뒀다.

과연 대망의 우승을 두고 다투는 KS 무대다운 경기였다. 두 팀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6회말 종료시점까지 4-4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후 SSG가 8회말 오태곤의 희생플라이로 5-4로 먼저 앞서며 승리에 한 발자국 다가갔지만 키움이 9회초 전병우의 대타 역전 투런포로 판을 뒤집었다. 그러자 SSG가 또다시 9회말에 김강민의 대타 동점포로 또 멍군을 외쳤다.

결국 그렇게 연장에 접어든 승부에서 마지막에 키움이 웃었다. 10회초 션 모리만도를 상대로 전병우가 앞서 투런포에 이은 천금 같은 1타점 결승타를 때려내면서 기어코 7-6으로 앞서는 점수를 책임졌다. 그렇게 키움의 승리가 완성됐다.

1차전 승리 팀의 KS 우승확률은 총 39번 중 29번으로 그 확률이 76.3%에 달한다. 기분 좋은 수치를 손에 쥔 키움이다. 하지만 키움 홍원기 감독은 "확률은 확률일 뿐이다. 매 게임 흐름을 잘 읽어서 승부처다 생각될 때 모든걸 쏟아붓는 계획으로 임하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하며 대수롭지 않은 숫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우린 매 경기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이후 선수단을 맞이하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스포츠코리아

그런데 승장 홍원기 감독의 이 한마디에선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1차전을 선취했음에도 왜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까. 그 이유는 명백했다. 바로 이날 선발 등판했던 키움 최고의 에이스 안우진의 부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요도가 높은 이날 1차전의 선발 매치업은 무려 '안우진vs김광현'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열렸던 지난달 31일 KS 미디어데이에서 SSG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니까 당연히 1차전에 나간다"는 말을 남겼고,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은 우리 팀의 심장"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남기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이날 두 스타들의 대결은 김이 다소 샜다. 경기 도중 갑작스레 안우진을 찾아온 부상 때문이었다. 때는 3회말 2아웃을 잡은 이후 최정에게 0-1에서 0-2로 간격이 벌어지는 솔로포를 허용한 다음이었다. 안우진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내내 불안요소로 지목됐던 손가락 물집이 잘 버티다가 결국 이날 문제를 일으킨 것. 그의 유니폼에는 그의 손가락에서 흐른 피가 묻어있었다.

그 이닝의 투구 패턴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다. 파이어볼러 안우진의 전매특허 패스트볼의 사용 빈도가 줄고 변화구 비율이 급속도로 올라가 있었다. 그에 더해 그의 제구마저 크게 흔들린 것도 또다른 징조였다. 그 원인은 그가 흘린 피에서 명확히 드러났고 결국 키움의 심장은 그렇게 급하게 경기를 마쳤다. 그의 최종 성적은 2.2이닝 58구 2실점. 에이스가 갑자기 마운드를 떠난 키움은 이후 총 6명의 투수가 줄을 잇는 벌떼 불펜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되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오른쪽). ⓒ스포츠코리아

최종적으로 승리는 따냈지만, 안우진의 상태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았다. 경기를 마친 홍원기 감독은 "오른손 중지 물집이 벗겨져 속살까지 보이는 상태다. 하루이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번(준PO)에는 피는 안 났는데 지금 속살까지 보이는 상태로 봐선 그때보다는 심각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안우진의 상태를 전했다.

1차전에 안우진을 내세운 키움은 최대 4차전 혹은 7차전까지도 안우진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그 플랜이 모두 어그러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준PO와 PO에서 실질적으로 안우진-에릭 요키시-타일러 애플러로 이어지는 3선발로 시리즈를 치렀던 키움이다. 그런데 이제 그 핵심 퍼즐을 잃어버릴 위기다.

안우진이 빠져버리면 그 자리를 메울 인원마저 마땅치 않다. 키움은 지난 PO엔트리부터 선발 자원인 정찬헌과 한현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대체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김선기 정도다. 안우진이 이대로 이탈해버린다면 키움은 공허해진 선발진으로 남은 시리즈에 임해야 한다. 1차전은 따냈지만 여전히 3승이 필요한 키움으로선 곤란할 수밖에 없다. 선발 자원의 엔트리 제외가 이렇게 큰 눈덩이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키움이다.

안우진의 상태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키움은 어쨌든 1차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잔여 시리즈에 임하게 됐다. 2차전에 선발로 나서는 애플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매 경기 뒤가 없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는 홍원기 감독이 어떤 경기 플랜을 들고 올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키움의 사상 첫 우승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할 지도 모르게 됐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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