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펄펄’ 두경민, 최강의 2인자로 부활?

김종수 2022. 1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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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의 ‘작은 코뿔소’ 두경민(31‧183.3cm)의 시즌초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5경기에서 평균 17.40득점(6위), 2.40어시스트, 2.20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중인데 그 내용이 더욱 알차다. 강점인 활동량을 앞세워 공수에서 높은 공헌도를 과시하고 있다. 5승 2패로 현대모비스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있는 소속팀 DB가 개막 2연패로 흔들리던 상황에서 두경민이 복귀한후 5연승을 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경민의 승리 공헌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경민이 올시즌 제대로 날아오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드라마틱 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비시즌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이른바 찬밥신세를 면치못했다. 대어급으로 분류됐던 것과 달리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김선형, 이승현, 허웅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과 달리 관심도가 매우 낮았다.


수도권 선호 루머와 함께 이기적인 성향, 팀 분위기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각 팀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차고 넘치는 두경민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기량을 떠나 두경민 개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한팀의 전력을 바꿔놓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갖췄거나, 많은 열성 팬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불안요소를 감수하고 영입할 메리트가 떨어졌다고 보는게 맞다. 그런 두경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팀은 친정팀 DB였다. 우선 영입 대상은 아니었지만 간판스타 허웅을 놓치자 부랴부랴 차선책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경민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경민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특유의 자기애 넘치는 말을 뱉어냈다. ‘마이클 조던이 옆에 있어도 본인이 그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인물이다’는 평가에 걸맞는 행보였다. 이런 두경민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는 ‘왕자병’, ‘근자감 끝판왕’, ‘KBL판 세바스찬’ 등의 말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한 부분이 있었기에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마음을 제대로 잡은 두경민은 팀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만큼 리그 상위 클래스 플레이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감있는 슈팅과 돌파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드로서의 센스나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 등에서는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으나 넘치는 공수 활동량은 그런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실제로 그런 두경민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도 적지않다.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이대성, 최준용 등이 그렇듯 사용법만 잘가져가면 그만한 무기도 없다.

 

 


일부에서는 그런 두경민을 가리켜 ‘최강의 2인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에이스, 간판스타로서 팀을 이끌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리딩, 센스 등을 고루 갖춘 전천후 파트너와 함께 할 때 ‘1인자같은 2인자’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경희대 시절 ‘천재 가드’ 김민구와 앞선 파트너를 이뤘을 때, DB에서 디온테 버튼과 함께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신장만 놓고보면 당연히 두경민이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을 것 같지만 경희대 시절 실질적인 게임조율 역할은 김민구의 몫이었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전천후 슈터이면서도 시야, 센스, 패싱능력 등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갖췄던 김민구가 전방위로 팀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두경민의 높은 활동량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버튼과 함께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시즌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역대급 테크니션으로 회자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튼은 DB에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맹위를 떨쳤다.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 국내 선수는 물론 같은 외국인선수들까지 수비시 어려워했다. 거기에 더해 준수한 볼 핸들링과 높은 BQ를 바탕으로 리딩가드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버튼 효과’를 제대로 받은 두경민은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는 올시즌 역시 두경민은 자신이 마음껏 날뛸 수 있게 만들어줄 앞선 파트너와 함께 하고 있다.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영입된 필리핀 가드 이선 알바노(26‧185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4.43득점, 5.86어시스트(3위), 2.86리바운드, 1스틸로 DB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기량이 좋으면서도 볼을 독점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능해 두경민과 좋은 호흡을 과시중이다.


근래들어 자존심이 잔뜩 구겨졌던 두경민이 ‘알바노 효과’를 등에 업고 김민구, 버튼 시절 그랬던 것처럼 최강 2인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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