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이정후 조연 ‘파란만장 야구영화’…주연은 37세 베테랑 ‘개봉 -3승’[KS]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영화를 찍으려면 마지막 시나리오는 우승이다.”
정규시즌 타율 0.199로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준플레이오프 타율 0.364에 3득점, 플레이오프 타율 0.222 2타점 3득점. 그라운드에선 이정후가 리더라면, 덕아웃에선 단연 37세 베테랑인 그가 리더다.
키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낸 베테랑 왼손타자 이용규. 그에게 2022년 한국시리즈는 뜻깊다. KIA 시절이던 2009년 이후 13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를 잡았다. 더구나 2009년엔 이종범 LG 2군 감독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면, 13년이 지난 올 시즌에는 이종범 감독의 아들 이정후와 함께 ‘3위의 반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용규는 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1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막연히 ‘또 우승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라고 했다. KIA는 2010년대 초반 다시 우승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용규는 2013-2014 FA 시장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는 아직도 암흑기가 진행형이니, 이용규는 2009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고사하고 포스트시즌 경험도 많지 않았다. 한화 시절에는 전임 감독과 트러블도 있었고, 극적으로 복귀해 주장까지 맡다가 방출 당했다.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37세에 키움에서 20대 초~중반의 후배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한다. 객관적 전력은 SSG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키움은 올 가을 외부의 평가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누구도 KT와 LG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이용규는 이종범 LG 2군 감독과의 2009년 우승도 선명히 기억하고, 이정후와 함께 노력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온 것도 감격이다. 이용규는 “정말 의미 있다. 영화를 찍으려면 마지막 시나리오는 우승이다”라고 했다.
그저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너무 고맙다. 우승의 기회가 왔으니 꼭 하고 싶다. 후회 없이,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가 못해서 지지만 말자고 했다. 한국시리즈까지 온 팀이다. 못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13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이용규도 많이 변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오기는 없다. 이젠 팀을 넓게 바라보려고 한다. 내가 안타 3~4개를 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번트, 수비 등 팀에 필요한 걸 하나라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편해졌다. 나 자신에겐 신경을 덜 쓴다”라고 했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부자 이종범-이정후와 나란히 함께 뛰는 것도 희귀한 일이다. 하물며 부자와 똑 같은 우승반지까지 하나씩 맞추려고 한다. 이용규는 그 영화의 조연이 아니다. 누구보다 화려한 조연들을 곁에 둔, 당당한 주연이다. 그럴 만한 야구인생을 걸어왔고, 키움에서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2년을 보냈다.
키움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접전 끝 잡았다. 이용규 주연의 야구영화, 이제 3승만 더 따내면 개봉한다.
[이용규와 이종범(위), 이용규(가운데), 이용규와 이정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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