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 CDMO에 놀란 '파란 눈'…독일 국제의약품박람회 현장
코로나19 유행 후 2번째 대면행사 '역대급'…12개 전시장, 2시간 이상 걸려"
(프랑크푸르트=뉴스1) 김태환 기자 = "여기도 한국 기업인가요?"
1일(현지시간) '2022 국제의약품박람회'(CPHI Worldwide 2022, 이하 CPHI)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MESSE)은 의외로 많은 한국 기업 발견에 놀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 전시에 개별 부스를 마련해 참여한 국내 기업은 약 60여곳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모습을 드러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았다.
CPHI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산업 박람회다. 매년 유럽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데 올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일부터 3일간 열린다.
주로 합성의약품 원료 위탁생산 사업을 중심으로 전시부스가 형성되며, 원료의약품(API) 관련 부대 사업인 각종 위탁서비스, 설비 및 포장 등 제공업체들이 다수 참석한다. 인도 국적 기업의 참여가 가장 많다. 의약 원료 중간체 제조기업이 많은 중국은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등으로 불참했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행사는 역대급 규모다. 세계 170개국에서 250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가하고, 전시장은 1홀부터 12홀까지 별도의 건물로 구성된다. 각 홀을 둘러보기만 해도 예상되는 소요시간만 최소 2시간 이상이다.
◇합성의약품 고집 해외 기업도…'세포' 위탁생산 서비스 확대
특히 올해 전시는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로 전환된 CDMO 분야의 변화를 분명히 드러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값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인도의 합성의약품 복제약 제조 위탁생산업체들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바이오의약품 기업을 위한 '바이오 프로덕션 존'(BIO Production zone)이 별도로 마련돼 합성의약품 이외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위탁생산을 소개하는 회사가 크게 증가했다.
바이오시밀러로 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셀트리온은 이 바이오 프로덕션 존에 올해 처음 단독 부스를 마련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도 이 지역에서 해외 바이어를 맞이했다.
SK㈜가 설립한 글로벌 CDMO 통합법인인 SK팜테코는 API 전시관에 단독 부스를 마련해 미국, 유럽(아일랜드·프랑스), 한국까지 총 8곳의 사업장에서 기존 합성의약품과 최신의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생산이 가능한 점을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에 비해 크기가 크고, 복잡한 고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물체를 이용하여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쳐야 되므로 변화에 민감해 생산시설의 품질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시부스를 통해 이러한 점을 공격적으로 소개했다. 최근 부분 가동에 들어간 4공장의 경우 착공 후 23개월 만에 가동에 돌입, 건설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는 '속도'를 강조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앞 세운 K 바이오…미국·유럽 빅파마 자존심 견제도
지난해까지 합성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을 강조한 화이자, 노바티스, 카탈란트, 론자 등 글로벌 CDMO 사업 회사들은 올해 항체약물결합체, 다중항체의약품, 유전자·세포치료제(CGT)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본격 알렸다.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추세가 항체의약품을 중심으로 유전자·세포치료제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해진 위탁생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CDMO 사업 세분화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목받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 관련 위탁생산 이력을 소개하는 기업은 모든 전시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화이자가 유일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5월말 첫 공정인 'OOF'(Out Of Freezing)를 시작으로 생산시설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mRNA 백신의 원료 생산부터 완제의약품 서비스까지 원스톱 CMO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신경전도 늘어났다. 화이자는 올해 메타버스에서 구현한 전시부스를 경험하고,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실무자와 대화할 수 있는 VR 체험을 준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지난해 생산라인 등을 볼 수 있는 VR 체험을 마련해 관심을 끈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카렌 라우스만 화이자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선임은 한국 기업의 CDMO 사업 진출에 대해 "회사별 장점은 다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며 "화이자의 경우 여러 지역에 걸쳐 오랜 기간 형성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점"이라고 밝혔다.
제프 트레마인 애브비 제조생산 사업개발 이사 역시 "우리는 자체 개발 제품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만큼 신뢰성을 갖고 있다"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바이오시밀러 생산 등 우리의 경쟁 상대로 보기 어렵다"고 견제했다.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정보마케팅센터장은 "삼성의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며 "단일 최대 규모의 4공장이 착공 후 23개월 만에 가동에 돌입한 것은 지금까지 CDMO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혁신"이라고 응수했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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