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로 급한불 껐는데…10월 채권 순상환액 5조 육박
신용 스프레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정책효과, 연말에야 나타날듯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채권 시장의 자금경색으로 지난 10월 회사채 순발행액이 역성장(마이너스) 했다. 채권 발행액보다 상환한 금액이 많고, 발행을 했다 하더라도 목표했던 수요예측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미매각이 잇따라 나온 탓이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가 집행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는 등 일부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시장은 '급한 불'만 잡았을 뿐 위기는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회사채 발행액은 3조6921억원이었다. 반면 상환액은 8조5300억원을 기록했다. 순발행액은 -4조8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과 7월에도 회사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각각 -6111억원, -2740억원 수준이었다. 이번엔 그 규모가 7월보다 무려 20배 이상 크다. 이번 순상환액은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회사채 발행액이 줄었다는 것은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령 발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금리가 너무 높아 기업의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은 최근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1 등급의 레고랜드 자금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사태로 인해 채권 시장의 자금이 급속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ABCP는 2050억원 규모로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지만 9월29일 만기 상환일을 앞두고 강원도가 레고랜드 ABCP를 발행한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신용평가사들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 재점검하겠다고 밝혔고, 시장에서는 지방정부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자금이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자체 보증 채권도 안 팔리는 마당에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5~7% 수준의 금리로는 도저히 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인해 견실한 기업마저 연쇄부도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채안펀드 등 시장안정화조치를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가동 등을 골자로 하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지난달 23일부터 가동한 것이다. 같은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증권사·증권금융 대상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현재까지 해당 기금을 통해 최소 3조원 이상, 최대 6조원 가까이 자금이 투입되면서 우량 채권매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겨우 '급한 불'만 잡았다는 평가다. 회사채 투자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금리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 AA-등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1.395%포인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신용 스프레드에 도달한 상태다. 지난 9월엔 1%포인트 미만이었지만 한달만에 0.4%포인트가량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은행, 증권, 여전사(카드·캐피탈) 등 금융사 경영진과 만나 "당국의 시장안정화조치로 채권시장의 불안이 일부 안정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는 확대되는 등 국내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정부의 조치로 인해 채권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투입,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 등 정책적인 시장안정조치가 이행되고 국고채 발행도 줄이면서 연말로 갈수록 좀 더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11월에는 국고채가 약 9조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며 12월 남은 발행 물량은 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채권시장 혼란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 조치들이 나왔고 이에 따른 채권시장 불안이 완화된다면 채권 금리의 '오버슈팅'(과매도) 국면은 해소되는 상황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봤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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