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코픽스 4%시대… 연내 주담대·전세대 8% 간다

박슬기 기자 2022. 11. 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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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예금 금리 7% 시대 온다②] 한은 기준금리 인상→예적금 금리 인상→코픽스 상승→대출금리 상승

[편집자주]한국은행이 이달 사상 첫 6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머지않아 예금금리 7%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5%대에 진입했으며 저축은행에선 6%대 예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가 돈을 빼 다시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젠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금융사 찾기에 분주하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공사현장 외벽에 붙은 은행 예탁금 금리 안내 현수막./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특판도 아닌데 연 6%" 1억 넣으면 이자 507만6000원
② 사상 첫 코픽스 4% 시대… 연내 주담대·전세대 8% 간다
③ "적금 대신 저축성보험?"… 11년만에 연 5%까지 얹혀준다
#.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2020년 8월 초등학생 아들의 교육을 위해 실거주하던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아파트 전세로 집을 옮겼다. 전세가 9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자금 3억원에 신용대출 1억원과 전세대출 5억원을 은행에서 받았다. 2년전까지만 해도 전세대출 금리는 2.5%에 그쳤지만 현재 A씨가 적용받는 금리는 4.8%로 치솟았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2.7%에서 6.4%로 급등했다. A씨의 월 이자상환 부담은 127만원에서 253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 이후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은행권 예금 금리는 이미 5%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은행 예·적금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금리를 밀어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에 대응해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데 이는 고스란히 코픽스(COFIX)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KB국민, 한국씨티, NH농협, 기업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의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자금조달비용지수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되면 이를 반영해 상승한다.

코픽스는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 등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만큼 예·적금 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 상승 충격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예·적금 금리, 오를 땐 좋았는데"


오는 15일 발표되는 10월 코픽스(이하 신규 취급액 기준)는 4%에 육박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9월 코픽스는 전월대비 0.44%포인트 오른 3.40%로 2012년 7월(3.40%)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9월 코픽스는 한국은행이 지난 10월12일 단행한 두번째 빅스텝에 따른 예·적금 금리 인상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 10월 코픽스는 4%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공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코픽스가 4%대에 진입한 적은 없었다. 2011년 7월 3.80%가 최고치였다.

특히 코픽스 산출에서 예·적금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해 코픽스는 수신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은행권에선 자금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5%대로 올라온 상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과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최고금리는 1년 만기 연 5.10%로 나타났다. 광주은행 호랏차차디지털예금 최고금리도 5.00%로 5%선을 뚫었다.

저축은행에 이어 은행권에서도 5%대 예금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4%대 예금도 부쩍 늘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39개 중 23개 상품이 4% 이상의 최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은 연 4.95%, SH수협은행의 'Sh평생주거래우대예금(만기일시지급식)'은 연 4.90%, KB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은 연 4.69%,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연 4.71%,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연 4.60%의 금리를 제공한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한은 금리 인상에 LCR 규제까지 겹쳐


지난달 4일까지만 해도 은행권 1년 만기 42개 정기예금 가운데 4%를 넘는 상품은 고작 7개에 그쳤다.

당시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금리가 4.50%로 은행권 1년만기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았다. 약 20일만에 은행권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0.60%포인트 치솟은 셈이다.

이처럼 예금 금리가 급등하는 배경에는 한국은행의 빅스텝 영향도 있었지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CR은 은행권 유동성 규제로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100%에서 80%로 내렸던 LCR 비율을 올해말 92.5%, 내년 3월 95%, 내년 7월 100%까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20일 당국은 LCR 규제 정상화 조치 6개월 유예를 발표했다.

LCR 규제 준수를 위해 은행들은 예금을 끌어모아야 했고 결과적으로 예금 금리 상승을 부추겨 코픽스도 급등한 것이다.


4% 눈앞 코픽스의 역풍… 주담대·전세대 8% 넘는다


결국 예·적금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대출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대출금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코픽스는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코픽스가 3.4%인 상태에서도 은행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 금리는 8% 선을 뚫을 기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도 지난 1일 기준 5.06~7.551%로 집계됐다. 9월말(4.510~6.813%)과 비교해 최고금리가 한달만에 0.738%포인트 뛰었다. 지난해말(3.710~5.070%)과 비교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2.481%포인트 치솟은 셈이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들의 이자 급증도 문제지만 전세대출을 받은 무주택 세입자들도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세대출에서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93.5%에 달한다.

1일 기준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상품인 '하나전세금안심대출' 금리는 연 6.390~7.49%(신규 코픽스 기준), 신한은행의 쏠편한 전세대출 금리는 4.92~7.12%로 7% 선을 훌쩍 넘었다. KB국민은행의 'KB 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도 5.18~6.58%로 7%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인상된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는 지난 8월 100.1로 올해 처음으로 100을 웃돌았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6월 94.2에서 8월 87.7 등으로 하향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월 한은의 빅스텝도 아직 코픽스에 반영되지 않아 연내 코픽스 4%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며 "이달 한은이 금리를 또 올리면 수신금리 인상이 이어져 대출금리는 상승압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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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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