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도 아닌데 연 6%" 1억 넣으면 이자 507만6000원

강한빛 기자 2022. 11. 2.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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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예금 금리 7% 시대 온다①] 수신금리 고공행진… '금리 노마드' 홀린다

[편집자주]한국은행이 이달 사상 첫 6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머지않아 예금금리 7%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5%대에 진입했으며 저축은행에선 6%대 예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가 돈을 빼 다시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젠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금융사 찾기에 분주하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특판도 아닌데 연 6%" 1억 넣으면 이자 507만6000원
② 사상 첫 코픽스 4% 시대… 연내 주담대·전세대 8% 간다
③ "적금 대신 저축성보험?"… 11년만에 연 5%까지 얹혀준다

#. "고객님 앞에 6569명, 뒤에 15명의 대기자가 있습니다"

직장인 김민지(가명·31)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 저축은행에서 연 6% 예금이 등장했다고 해 금리 비교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이 같은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대기 시간만 1시간 50분 남짓이 걸렸다.

김씨는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우려에 안전하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건 예·적금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를 0.1%포인트라도 더 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특판 구매를 위해서는 '오픈런'(판매 전부터 기다렸다가 구매)을 해야 하거나 알짜정보를 얻기 위해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손품'을 팔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금리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고물가로 인한 고강도 통화긴축(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권 수신금리가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어서다. 은행권에선 5% 넘는 예금상품을 내놨고 이에 질세라 저축은행에서는 연 6%대 중·후반대의 금리를 얹어주기까지 한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이 뒤따라 높이고 다시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엎치락뒤치락 속 전국 저축은행 예금의 평균금리는 1년 사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치열한 금리 경쟁 속 '예금금리 7%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연 6% 속속… 내 이자 얼마나 불어날까?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수신고를 채우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기 속 짧은 기간 돈을 넣고 이자를 불리는 단기성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금융사들은 6개월 만기, 혹은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상품에 대한 금리도 높이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최근 6개월 만기로 연 5.3%의 금리를 얹어 주는 'OK읏샷정기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연합회(11월1일 기준 이하 동일)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기준 전북은행은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e-그린세이브예금'에 각각 최고 연 5.10%의 금리를 얹어줬다. 광주은행은 '호랏차차디지털예금'에 5%를 제공했으며 DGB대구은행은 'DGB함께예금'으로 최고 연 4.95%를 제공해 5%대에 바짝 다가섰다.

저축은행에서는 이미 6%대 상품도 나왔다. 같은 날 12개월 만기 기준 OK저축은행은 'OK e-안심정기예금(변동금리)'과 'OK e-정기예금'에 최고 연 6.05%, KB저축은행은 'KB e-plus 정기예금'으로 6%를 제공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만기) 평균금리는 지난 10월8일 연 4%로 집계된 이후 20일 5.15%로 5%대에 안착했다. 1년 전(2.25%)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년 사이 수신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도 쏠쏠해졌다. 12개월 만기기준, 연 2%대의 예금상품에 1억원을 예치할 경우 세전이자는 200만원으로 15.4%의 이자과세를 적용하면 30만8000원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경우 최종 세후 수령액은 1억169만2000원이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연 6%의 상품을 가입할 경우 세전이자는 600만원, 이자과세로 92만4000원이 계산된다. 이 경우 세후 수령액은 1억507만6000원으로 1년 사이 이자 차이는 338만4000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걸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더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수신금리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예금을 짧게 굴리는 단기성 수신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만 오픈런? 이젠 예금도 문 열고 신청한다


저축은행예금 평균금리 추이./그래픽=이강준 기자
고금리 수신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은행 영업과 동시에 상품에 가입하는 '오픈런'도 눈에 띈다. 고금리 특판의 경우 목표 수신액이 존재해 상품 가입 전에 판매가 조기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신금리 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중앙회는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자 지난달 29일 대대적인 서버 증설에 나서기도 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연 6%대 수신상품이 등장하자 홈페이지 접속자는 평소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는 사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은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8월말보다 36조4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는데 이는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월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금통위 위원 다수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도 금리를 인상하면 예·적금 금리는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오를 것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권의 예·적금 금리는 앞으로도 상승곡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저축은행의 예금 평균금리는 연내 6%대 도달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금융권의 수신금리가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인 데다 지나친 수준까지 올리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수신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지금처럼 파격적인 금리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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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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