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하다가 범죄자 될라"…시민영웅 가로막는 응급의료법
중앙응급의료센터서 이송병원 지시 필요… DMAT 지원 늘려야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누구나 달려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사람들은 모두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본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려가 구하려 한다. 사람의 불행을 앉아서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 측은지심이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3년차 A씨는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A씨는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CPR을 하는 모습에 나도 누구라도 더 살려내고 싶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CPR을 할 수 있음에도 되레 선의가 개인적인 피해로 돌아올까 선뜻 나서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30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의료법 개정과 시스템 체질 개선을 주문한다.
◇시민 영웅의 선의 처벌돼서는 안돼…의료계, 응급상황 의료법 개정 필요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또는 업무 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종사가 선의로 제공한 응급의료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응급상황시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부분이 적극적인 선의의 의료행동을 제약한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쇼크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응급의료행위를 한 가정의학과 의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물놀이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의 유족이 구급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제공한 응급처치 또는 응급의료행위로 인해 행위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내과 간호사인 박모씨(26)는 "심장쪽에서 일을 해서 참사 현장에 있었다면 바로 갔을 것"이라며 "사실 일반인들과 심지어 다른 병동에 있는 의료진들도 경험이 많진 않아 쉽게 자처하긴 힘들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 상황에서 의료기기나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사태의 응급구조는 사망의 위험이 너무 크다"며 "감면이 아닌 면제로 가는 방향이 맞는 거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CPR을 하기 망설여졌다'는 내용의 글 수십개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안타까운 재난 상황에서 혹여나 내가 책임을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섣불리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 더 안타깝다"며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발급받는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을 소지한 일반인의 경우 CPR시 면책 범위를 광범위하게 하는 등 법 개정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반복되는 재난사고 의료 시스템 근본적 체질개선 필요…DMAT팀 지원
반복되는 재난사고에 보다 사상자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의료진들은 시스템 체질 개선을 주문한다. 중앙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체계적인 지시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C씨는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은 환자에 집중하기에 어느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다"며 "순천향대 병원으로 70여명이 넘는 심정지 상태 피해자들을 옮긴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C씨 교수는 "17개 권역 응급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도보로 이동가능한 민간병원에서 응급치료를 하게끔 지시했다면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재해의료시스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번 참사 현장에 파견된 재난의료지원팀 DMAT(Disater Medical Assiatance Team, 이하 DMAT)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DMAT는 각 재난거점병원별로 3개팀 이상으로 구성된다. 1개 팀은 의사 1명 이상, 간호사·응급구조사 2명 이상, 행정요원 1명 이상 등으로 구성된다. 재난거점병원은 해당 권역 안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시 DMAT이 10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편성해 놓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서울대병원 DMAT팀을 포함해 9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지원팀이 출동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스리랑카에 쓰나미 피해로 DMAT팀원으로 파견한 적이 있어 열악한 환경임을 잘 안다"며 "미국과 재난 상황이 많은 일본에는 DMAT의 훈련과 장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현장에서도 DMAT 팀의 헌신적인 노고는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의료인력 도착 시간 지연문제, 시설장비 노후, 민간 의료인인 DMAT 의 보상문제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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