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조 유동성 공급나선 5대 금융, "맏형 역할 문제없다"

신병남 기자 2022. 11.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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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규제 완화로 자금운용 여력 확보…"주주환원축소 영향 제한적"
공기업·기업대출 증가에 일각선 수익성 개선될 것이란 시각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5대 금융지주가 정부에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이번 정책 지원을 "예방주사를 맞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의 '맏형' 역할을 맡아 자금시장 충격을 수습하는 일인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는 과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을 포함한 기업 전반에 대출 확대가 포함된 만큼 여신 성장으로 수익성이 되레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말까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에 10조원 등 총 95조원을 투입하는 시장 안정 지원방안을 밝혔다.

세부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면서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특수금융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사들이면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머니마켓펀드(MMF) 운용규모와 제2금융권 크레딧라인 유지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1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지원 방안을 공개했지만 금융지주들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단기자금 운용 규모를 확대하고, 운용 방향을 고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27일 은행 예대율(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 규제 비율을 100%에서 105%로 확대해 주면서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워줬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가 단기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 완화로 충분한 버퍼(완충)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며 "앞서 금융당국에서 규제 완화를 언급할 때 실무 차원에서 이 같은 유동성 지원에 대한 컨센서스(동의)를 형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채라는 가장 편한 조달 수단을 축소하고 여전채, ABCP 매입 등 다른 운용수단을 선택하는 것이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돈맥경화'까지 언급되는 금융상황에 비춰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기에 예방접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시장 지원에 따라 배당성향,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축소할 가능성은 적다. 연말 배당 랠리를 앞둔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 축소를 감안한 정책 지원에 동의할 리는 만무하다"고 일축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이번 정책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 가계대출이 막히다시피 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진행한 정부의 '영세소상공인 이차보전신용대출' 등도 정책 초기에는 금융사 부담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후에는 은행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게 금융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엔 주택거래시장이 얼어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5억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게 열어둔 점도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위기다.

실제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금융지주사들은 이런 정부 정책을 감안하고도 내년 수익은 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상혁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4분기는 조달비용 상승, 취약차주 지원 등에 마진이 정체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에 조달비용이 안정되는 내년 1분기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은 NIM이 0.1%포인트(p)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3분기 NIM이 1.62%로 2분기 대비 0.04%p 개선됐다"며 "9월이 가장 높은 1.6% 중반 수준으로 연말은 1.6% 후반대를, 내년에는 올해보다 0.1%p 올라간 1.7%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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