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터닝포인트"…단 1년, '방출 통보' 틀렸단 걸 증명했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오히려 내게는 방출된 1년이 터닝포인트였다."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투수 고봉재(29)는 1년 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두산이 지난 시즌 뒤 발표한 방출 선수 명단에는 고봉재가 포함돼 있었다. 아직 20대인 젊은 투수이기도 했지만, 고봉재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여러모로 구단의 결정이 상실감이 클 법했다.
고봉재가 무너지지 않게 잡아준 건 아내였다. 고봉재가 2016년 신인드래프트 신인 2차 3라운드 25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주로 2군에서 생활할 때도 아내는 묵묵히 내조하며 힘을 실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유니폼을 벗은 고봉재에게도 아내는 한결같이 든든하게 옆을 지켜줬다.
고봉재는 "2군에서 계속 생활할 때 아내가 혼자서 아이들을 다 보살폈다. 내가 1군에 올라갈 실력이 안 돼서 못 올라가다 보니까 옆에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내가 방출됐을 때는 '프로에 있는 게 전부는 아니다. 다른 길도 알아볼 수 있다'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올해 김성배 선배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일할 때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라고 도움을 많이 줬다. 고마웠다"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유니폼을 되찾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봉재는 방출 딱 1년 만에 두산 재입단에 성공했다. 지난달 진행한 입단 테스트에 지원해 합격점을 받았다. 1년 전 구단의 방출 통보가 틀렸다는 걸 당당히 입증한 셈이다.
고봉재는 "김호민 운영2팀 차장님께 입단 테스트가 열리면 지원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드렸다. 테스트 기간에 오라는 안내를 받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두산에서 다시 테스트 기회를 주고, 그 기회 덕분에 다시 합격해서 내년에 뛰게 됐다. 정말 기쁘고, 아내에게도 고맙고, 전풍 사장님과 김태룡 단장님 등 모든 구단 관계자분들께 다 감사하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고봉재의 지난달 27일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 투구(1이닝 무실점)와 불펜 피칭을 지켜본 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많이 보진 못했으나 제구력이 있는 투수다. 지금 훈련 때나 공 던지는 모습을 보면 1년 공백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다. 물어보니까 1년 동안 센터에 있었고, 꾸준히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 야구를 다시 하려고 했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더라. 충분히 연습했고, 야구를 정말 하고 싶었다는 것을 느꼈다. 야구는 얼마나 애착과 진심을 갖고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고 절실한 마음이 있는 게 긍정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고봉재는 센터에서 유소년 야구선수들을 가르치고, 사이드암 출신인 김성배 대표와 함께한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프로에 있을 때 안 되던 것을 연습하다 보니까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김성배 대표님과 심수창 선배가 아직 어리니까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입단 테스트를 준비했다. 김성배 대표님께서 아이들 가르치는 걸 보면서 내가 따라 하기도 하고, 나도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면서 야구가 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에 있을 때는 시야가 좁았다. 그때는 코치님들이 조언해주셔도 공 던지기 급했고, 여유도 없었다. 올해 오히려 팀을 나오고 나서 여유도 생기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다 보니 잘됐던 것 같다. 아이들 가르치면서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선수들 투구 폼을 보고 공부도 하다 보니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출 전에는 안 던졌던 투심패스트볼을 추가하고, 포크볼과 커브 등 변화구를 더 다듬은 것도 주효했다. SSG와 연습경기에서 투심패스트볼을 집중적으로 시험해 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고봉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심 패스트볼을 안 던졌고, 포크볼도 지난해 후반기에 잠깐 던진 구종이었다. 연습해서 투심패스트볼과 포크볼에 커브까지 전보다 무브먼트가 좋아진 것 같다. (SSG전) 마운드에 올라갔을 대도 자신감이 있었다. 투심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생각보다 정타가 안 나와서 자신감이 붙었다. 커브나 슬라이더를 더 섞어 던지면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고봉재는 아직 유니폼이 없다. 불펜피칭을 할 때는 훈련복을 입고 하고, 연습경기나 청백전 때는 동료들의 유니폼을 빌려 입고 나서고 있다. SSG와 연습경기 때는 친구 이형범의 유니폼을 빌려 입고 경기에 나섰다. 그래도 고봉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고봉재는 "친구인 (김)명신이나 (이)형범이가 처음에 많이 반겨줬다. 1년 만에 왔는데도 후배들은 절반 정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코치님들께서는 1년 동안 나가서 잘 준비해 테스트도 합격했으니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는 팀 내 홀드 1위다. 필승조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이다. 고봉재는 "목표를 크게 잡고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이런 생각으로 던져야 결과도 좋을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잠실야구장에 응원하러 올 수 있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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