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곡관리법 개정과 WTO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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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쌀을 정부가 농협을 통해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쌀 보조금이 생산액의 8.5% 이내(매입량 기준)라고 주장했지만 WTO가 20∼30%(생산량 기준)라고 판결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WTO 규정을 이유로 쌀 의무격리제를 신중히 도입하자는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라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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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쌀을 정부가 농협을 통해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치권의 논쟁을 떠나 시장격리 의무화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일치해야 한다. WTO는 무역을 왜곡시키는 보조금을 감축 대상으로 분류, 국별로 한도를 정하고 있다. 그 이상의 보조금 지급은 WTO 규정 위반으로 제소 대상이 된다. 미국은 중국의 쌀 최저가격 매입가 보조금 한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바 있다. 중국은 보조금 한도 내라고 주장했지만 WTO 분쟁해결기구 패널은 중국이 보조금 한도를 위반했다고 2019년 판결했다.
한국의 보조금 한도는 1조4900억원이다. 과거 고정직불금은 허용 대상으로 한도가 없었으나 변동직불금은 감축 대상으로 한도가 있었다. 2016년산 쌀가격이 목표가격 대비 80㎏ 한가마당 5만8000원 폭락했을 때 한가마당 4만9000원을 고정 ·변동 직불금으로 농민들 통장에 입금했다. 직불금 1억원을 수령한 농가도 50여곳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고정직불금 8400억원과 변동직불금 1조4900억원 등 총 2조3300억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국회가 쌀 목표가격 결정을 못하는 상황에서 농민단체가 공익직불금 도입을 찬성하자 변동직불제가 2020년 폐지됐다.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농민 스스로 제거한 것이다.
WTO는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제소당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중국이 패소한 이유는 쌀 보조금 계산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쌀 생산량의 10%를 정부가 매입하면 보조금도 10%라고 오해했다. 그러나 WTO는 매입량이 10%라도 매입의 가격 지지 효과는 전체 생산량에 미치기 때문에 보조금 계산 때 전체 생산량을 적용했다. 즉 정부매입제와 같은 시장가격 지지의 보조금 계산식은 ‘(매입가격-국제가격)×자격 있는 생산량(Eligible Production)’이다. 중국은 쌀 보조금이 생산액의 8.5% 이내(매입량 기준)라고 주장했지만 WTO가 20∼30%(생산량 기준)라고 판결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도 이번 기회에 시장격리뿐만 아니라 공익직불금도 WTO 규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정부 개입을 의무화한다면 결국 쌀값 지지를 위한 제도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해진다. 즉 WTO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감축 대상 보조금 한도인 1조4900억원에 제약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격리 의무화가 정부매입제와 같은 시장가격 지지 정책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확실히 구별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계속 확대할 경우 정부매입제와 유사하다고 오해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우리의 시장격리제도는 정부가 시장가격으로 수시로 구매해 격리하는 제도로 정부매입제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보조금 계산도 다른 방식으로 가능하다. 즉 시장격리 보조금 계산은 ‘(격리가격-국제가격)×매입량’ 또는 ‘시장격리를 위한 재정지출 금액’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무한정으로 시장격리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WTO 보조금 한도를 초과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WTO는 국제기구로서 기능이 약화됐다. 따라서 WTO 규정을 이유로 쌀 의무격리제를 신중히 도입하자는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라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법령 개정이 쌀 관세화 10년 연장이나 변동직불금 폐지 등과 같은 책임 회피성 선택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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