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OOO매운탕’ 겉은 물컹, 속은 오도독…독특한 식감 매력있네

지유리 2022. 11. 2. 05: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국 향토음식은 대개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산물이나 곤궁한 시절 배를 채워주던 구황작물로 조리한 것이 많다.

부산 기장의 향토음식인 '말미잘매운탕'의 사연은 두가지를 모두 비켜난다.

주문과 함께 곧바로 내놓은 말미잘매운탕은 낯선 이름과 달리 생김새가 익숙하다.

그의 말대로 말미잘매운탕은 한때 기장 해녀의 여름 보양식으로 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향토밥상] (18) 부산 기장 ‘말미잘매운탕’ 
붕장어 주낙에 걸려서 딸려와
버리기 아까워 탕에 넣어 먹어
얼큰한 국물 개운한 뒷맛 일품 
기력회복에 좋아 해녀 ‘보양식’
 

붕장어를 푹 곤 육수에 한입 크기로 썬 말미잘을 넣은 말미잘매운탕. 얼큰한 국물에 방아잎과 산초가루를 넣은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기장=현진 기자


전국 향토음식은 대개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산물이나 곤궁한 시절 배를 채워주던 구황작물로 조리한 것이 많다. 부산 기장의 향토음식인 ‘말미잘매운탕’의 사연은 두가지를 모두 비켜난다. 본래 이 고장 특산물은 바닷장어인 붕장어다. 붕장어는 주로 주낙으로 잡는데 이때 낚싯줄에 걸려 딸려오는 말미잘이 많았단다. 쓸 데는 없는데 버리기가 아까워 어찌할까 고민하다 탕에 넣어 먹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말미잘을 먹기 시작한 때는 20∼30년 전이다. 당시 말미잘은 식재료로 쓰이지 않았고 그렇다보니 맛이나 효능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초근목피로 연명할 만큼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저 몸에 밴 우리네 알뜰함이 기어코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켰다.

말미잘매운탕은 일광읍 학리해녀촌이 유명하다. 그 가운데 2대째 운영 중인 ‘딸부자집’을 찾았다. 주문과 함께 곧바로 내놓은 말미잘매운탕은 낯선 이름과 달리 생김새가 익숙하다. 얼큰하게 끓는 탕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지만 촉수 달린 말미잘이 숟가락 쥔 손을 멈칫거리게 한다. 이럴 땐 국물을 먼저 맛보는 게 상책이다.

국자로 속을 헤집으면 뽀얀 붕장어가 자태를 드러낸다. 전체적인 맛도 붕장어에서 비롯한다. 된장과 고춧가루를 푼 국물이 구수하면서 기름지다. 뒤이어 화하게 톡 쏘는 향긋함이 코끝에 맴돈다. 정체는 경남지방에서 흔히 먹는 방아잎과 산초가루다. 덕분에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입맛을 돋웠으니 말미잘을 맛볼 차례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말미잘을 떠 입에 넣는다. 겉은 젤리처럼 물컹하고 안은 오도독 씹힌다. 도가니와 비슷하달까. 버터처럼 뭉개지는 붕장어와 달리 존재감이 뚜렷하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식감이 재밌어 자꾸 먹게 된다.

식당 주인 장유지씨(41)는 “우리 동네에선 말미잘매운탕을 ‘십전대보탕’이라고 부른다”면서 “영양이 풍부하고 기력 회복에 효과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말미잘매운탕은 한때 기장 해녀의 여름 보양식으로 통했다. 지금은 관광객이 먼저 찾는 요리이기도 하다. 따로 연구된 적은 없지만 지역민들은 말미잘이 위장과 간에 좋다고 입을 모은다. 술과 함께 먹으면 다음날 숙취가 없고 피곤함이 덜하다고. 포장마차를 중심으로 요리 전문점이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말미잘은 제철이 따로 없다. 붕장어를 낚을 때 얻어걸리는 터라 붕장어가 많이 잡히는 봄부터 가을까지 말미잘 역시 많이 난다. 어선이 갈치를 잡으러 나서는 겨울철에는 자연히 어획량이 준다.

장씨는 “계절과 상관없이 주말이면 말미잘매운탕을 맛보러 온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고 말했다.

맛도 맛이지만 재밌는 경험과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 향토음식이 지닌 매력이자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야 할 이유다.

기장=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