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엔 손놓고 ‘이태원 사고’라는 정부…책임론 막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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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이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등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거듭 내놓은 것도 정권 차원의 선제적 방어기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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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행안부, 표기 통일 지침
경찰은 신고 폭주에도 부실 대응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이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참사 이후 정부가 면피성 해명과 책임론 방어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 드러난 경찰의 과오는 치명적이다. 참사 발생 4시간가량 전인 저녁 6시34분부터 사고 직전인 밤 10시11분까지 ‘압사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다. ‘살려달라’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도 경찰은 7건의 신고에 대해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경찰은 사태 초기부터 “주최 쪽이 없는 다중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런 가운데 참사의 1차 책임자로 지목되는 경찰이 47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히자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수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앞서 경찰은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예상되니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지역 상인들의 요청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참사 당일 경찰 137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정복경찰은 58명뿐이었다.
국무총리실은 ‘책임론 방어’의 중심에 서 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요인은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라며 “현장에 치안을 담당하는 인력을 투입했더라도 그런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타는 시민들의 신고에도 경찰이 대처에 실패한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제도 탓만 한 것이다. 아울러 국무총리실의 지시로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와 피해자’를 ‘사망자와 부상자’로 통일해 쓰라고 지침을 내린 것을 두고도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등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거듭 내놓은 것도 정권 차원의 선제적 방어기제로 풀이된다. 이날 5명의 이란인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이란 외교부가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핼러윈)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외교부가 “이런 언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유감을 표명한다”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행정안전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찾는 것은) 누군가를 문책하려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을 짚어내고 구멍을 메울 방안을 찾아보자는 건데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 ‘국민은 내가 지켜야 할 존재’라는 인식이 부족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엄지원 김해정 조윤영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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