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연고서 보는 시린 가슴...뮤지컬 '어차피 혼자'[강진아의 이 공연Pick]

강진아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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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면서 바라보고 듣고 들리고 했던 모든 것을."

남구청 복지과의 무연고 사망담당자인 독고정순은 남들과 다른 사망연고서를 적는다.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며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산장아파트와 독고정순이 근무하는 남구청 복지과가 배경이다.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황건하는 굵직한 목소리의 매력으로 남구청 복지과 신입사원 서산 역을 소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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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독고정순' 역의 조정은.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면서 바라보고 듣고 들리고 했던 모든 것을."

남구청 복지과의 무연고 사망담당자인 독고정순은 남들과 다른 사망연고서를 적는다. '한 평 남짓 작은 쪽방에서 사망', '얼어붙은 눈물 자국이 묻은 가족사진을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시신 발견'. 통상의 사망연고서처럼 '쪽방에서 사망', '건물주 시신 발견'으로 짧게 쓰라는 상사. 주변에 자꾸 캐묻고 무연고 사망자의 가족을 끝까지 찾으려는 그녀를 향해 유난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온다.

하지만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홀로 외롭게 떠난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종이 한 장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그들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이다.

"어떤 날은 내 사망연고서를 작성하는 꿈을 꿨어. 한두 줄로 요약되는 내 삶을 보면서 울었어. 한두 줄로 요약된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도 울겠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고독사를 이야기한다.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며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산장아파트와 독고정순이 근무하는 남구청 복지과가 배경이다.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외로운 죽음을 막고 싶어하는 정순과 길고양이에게 유일하게 정을 붙이며 아버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서산. 남구청 복지과에서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은 서로가 닮아 있는 외로움을 발견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혼자 사는 인생이라지만,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게 또 삶이다. '어차피 혼자'라는 제목도 오히려 반어법과 같다.

"때론 혼자이지만, 때론 함께"라며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를 건넨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헐떡이며 숨이 차오르게 달려 나가는 정순의 달음박질은 무표정하고 무채색이었던 그녀에게 생기있는 색을 입힌다. 희망을 놓지 않는 그 곁엔,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을 테다.

17년간 100만 관객에게 사랑받은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후 9년 만에 초연을 올렸다.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등 규모있는 대극장 뮤지컬로 만나온 조정은이 주인공 독고정순을 맡아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남모를 외로움과 슬픔을 지닌 정순의 내면을 차분하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황건하는 굵직한 목소리의 매력으로 남구청 복지과 신입사원 서산 역을 소화해낸다. 두 사람과 함께 윤공주, 양희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오는 20일까지 공연.

[서울=뉴시스]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1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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