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으면 자꾸 생각나" 트라우마 우려…"영상 보지말라" 주의 당부 [이태원 참사]

장유하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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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를 간접적으로 접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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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단체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참사를 간접적으로 접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여과 없이 담은 영상과 사진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만큼 영상 유포와 함께 시청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과없는 영상 노출에 정신적 고통 호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현장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여과 없이 퍼지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좁은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뒤엉켜 비명 지르는 모습, 여러 명이 동시에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 등의 영상·사진은 모자이크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와 같이 SNS 등을 통해 적나라한 참사 현장 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반 시민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1)는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보면서 여과 없이 떠도는 사진과 영상을 모두 봤다"며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라 잔상이 계속 남고 지금도 사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모자이크 없던 영상과 사진을 다 본 터라 모자이크된 뉴스나 기사를 봐도 뭔지 알 거 같아 여전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모씨(27) 역시 "대규모 참사를 적나라하게 보면서 잠을 거의 못 잤다"며 "지금은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해 일하고 있지만 문득 우울한 감정과 함께 허망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반복 시청,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유발

실제 영상이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 혹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현장을 경험해도 충분히 트라우마나 PTSD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서울 한복판이라는 익숙한 장소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대다수 시민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만큼 사고 당시의 영상, 사진 유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정신간호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사고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준비없이 영상과 사진을 본 국민에겐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 교수는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받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재난 이후 중요한 건 '연대'로 같이 모여 소통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우울함이나 회피 반응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전문 상담사나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참사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일반 시민 등을 위해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일부터는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 6호선 녹사평역 광장에서 시민들의 트라우마 회복을 돕기 위해 이태원 통합심리지원단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트라우마 #이태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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