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애도’ 그 다음

유승현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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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사망·실종됐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침몰해 가는 배를 오열 속에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채 최근 임기를 마쳤다.

어지러운 소식과 의혹이 쏟아지던 세월호 참사 당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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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사회2부 기자

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사망·실종됐다. ‘대통령의 7시간’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당시 정부는 대처에 미숙했고, 의혹이 쏟아졌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침몰해 가는 배를 오열 속에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몇년 전,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고, 18년 된 세월호가 운행됐다. 무리한 개조·증축, 선장·선원들의 부적절한 대응,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 사고는 참사가 됐다.

전쟁과 비교될 정도로 유가족을 비롯해 전 국민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채 최근 임기를 마쳤다.

어지러운 소식과 의혹이 쏟아지던 세월호 참사 당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냥, 우리 단 1분만이라도 대한민국 전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애도’했으면 좋겠어. 그것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당시, 교통사고로 더 많이 죽는데 수학여행, ‘놀러’가다 죽은 것에 호들갑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보상을 받았으니 되지 않았느냐며 정확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핼러윈을 기념해 ‘놀려고’ 거리에 모인 청년들이 사망했다. 8년 전에 비해 성숙한 우리 사회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일제히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마땅한 일이다. 건물이 무너졌거나, 화재가 발생했거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좁은 길에 몰려 압사 당했다.

진보한 시민의식 덕에 누가 최초로 “밀어”를 외쳤는지를 색출하는 일보다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 예견된 상황에서 교통통제, 안전인력 배치가 부족했던 문제 등 사회적 책임을 찾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했던 8년 전에 비해 전국적으로 빠르게 분향소가 설치돼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우리사회가 8년 전에 비해 성숙했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 참사의 책임과 진상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우리의 애도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 국가의 책임있는 행동으로 귀결돼야 한다.

얼마 전 한 빵 공장에서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2인1조 작업을 혼자 감당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옆에 있던 동료들은 ‘애도’할 시간도 없이 흰 천막을 뒤로한 채 계속 일해야 했다. 산재사망. 막을 수 있던 죽음이고, 책임질 사람이 있고, 어긴 규정도 분명하다. 역시 ‘애도’로만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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