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식물표본 10만점의 의미

유기억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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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분석기계 있더라고
생물분류 가장 기본은
생물표본부터 시작 중요
강원권 생물자원관 건립 기대
유기억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

생물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라면 한 종 한 종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각 나라에서 절로 자라는 생물들의 다양성 보호와 주권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제협약이 만들어졌고,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이 발표됨에 따라 생물 가치가 한층 더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과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다양성요소를 활용, 생물자원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을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각각 1993년과 1994년에 가입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에 분포하는 생물종수는 약 211만 2588종류이며, 우리나라에는 5만 6248분류군이 자라는 것으로 발표했었다. 종류별로는 동물이 57.38%로 가장 많고, 이 중 곤충류가 35.22%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다음으로는 식물종류가 14.5%를 차지하는데 관속식물 비율이 가장 높다.

강원도도 고등생물종류가 5700여 종류로 전국의 생물다양성 대비 약 30%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편이며, 그 이유로는 지금까지 연구가 미흡했던 하등생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척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생물종의 증거표본이다. 새로운 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거표본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 표본은 전 세계에 단 한 장밖에 없는 정기준표본(holotype)이 된다. 표본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것들은 각 종의 변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는 1억2000여 점의 생물표본이 수장되어 있고, 런던자연사박물관에는 6000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기관 중 국립생물자원관에 328만점, 국립수목원에 120여만 점 정도가 수장되어 있고, 기타 대학 표본관 등에 일부가 들어있다.

강원도에서 자라는 생물자원들에 대한 증거표본을 보기 원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아쉽지만 찾아갈 곳이 없다.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증거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식물표본실 표본점수가 10만점을 넘었다. 1974년 만들어진 후 48년 만의 일이다. 표본 10만점은 약 2500여 종의 식물종류로 구성돼있다. 우리나라 식물 4000여 종의 약 63%다. 대학표본관 중 비교적 많은 종류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에 포함되며, 가장 정확히 동정된 표본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자부한다. 또 강원도를 대표할 만한 식물은 모두 포함되어 있어, 강원도 최고의 수장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요즘 우리는 검색만 하면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물학 연구의 가장 기본영역에 해당하는 분류학 분야도 DNA 유전자를 직접 분석해 분류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니 발품을 팔아 전국을 누비며 식물을 찾아다니던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좋은 첨단 분석기계와 분석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생물분류의 가장 기본은 형태적 특징에서부터 비롯되며 그것은 생물표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표본 한 장 한 장이 모여 10만점이 되었듯 그 속에 들어있는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강원도에서는 DMZ와 백두대간에 분포하는 다양한 생물자원의 수집, 보존, 조사, 연구, 교육, 전시를 위해 ‘강원권 생물자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해 기대가 크다. 이참에 강원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물 종 근거자료와 분포지 확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지자체와 대학 등이 연계해 추진할 것을 건의해 본다.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몸부림 중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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