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눈사태 무섭다"...日방송, 마네킹 이용해 `이태원 참사` 재현

일본의 한 방송사 진행자가 '이태원 참사' 당시의 사고 현장을 재현하고 있다. [ANN 방송사 유튜브 캡처]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해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마네킹을 이용해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원인을 분석했다.

현장과 비슷한 경사도에 세워둔 흔들리는 마네킹 사이에 진행자가 직접 들어가서 사람들이 왜 단체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ANN은 '참사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내며 사고 현장의 골목길 언덕을 재연했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구조물은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의 비탈길을 재연한 것이었다. 그 공간 위에 9개의 마네킹이 바짝 붙어 놓았고, 사이로 기자가 들어갔다.

진행자는 "1㎡에 10명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 눈앞에는 앞사람의 후두부가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더 심했을 것 같다"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군중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게 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진행자는 "서로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지만, 누군가 허리를 숙이거나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사람은 지탱하던 것(앞사람의 상체)이 없어져서 넘어지고 만다"고 했다.

이어 "이 충격으로 그 앞에 있던 사람도 함께 넘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진다. 경사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50kg의 압력이 가해지면 답답함과 공포를 호소한다"며 "많은 사람이 쓰러져 포개진다면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에겐 수백 kg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했다. 이어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서 있는 상태에서 압사당한 사람들의 경우 강한 압력에 노출돼 혈류가 제한되면 30초 뒤 의식을 잃고, 약 6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도시방재 전문가 히로이 유 도쿄대 교수는 1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를 '군중 눈사태'로 설명하기도 했다.

군중 눈사태란 1㎡당 10명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경우, 균형을 잃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빈 공간 방향으로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눈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중간에 폭이 좁아지는 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 군중을 유도하는 경비 태세가 불충분한 경우, 사람들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 흥분상태가 된 경우 등이라고 분석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