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다 살릴 수 있었다” 강공모드로… 與도 “초동대처 미흡”

양승식 기자 2022. 11. 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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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녹취록 공개에 여야 모두 경찰 성토
野 “인재” 일제히 정부 비판
“이상민 장관 직무유기 책임… 尹대통령은 대국민 사과해야”
與 “유감”… 파장 확대는 경계
“무책임한 가짜 뉴스 유포는 피해자·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태의 원인이 현 정부에 있다고 규정하고,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참사 직후 “애도가 먼저”라고 했었지만 이틀 만에 정부를 강경 비판하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여당은 경찰의 초동 대처에 유감을 표했지만, “지금은 희생자를 추모해야 할 때”라며 정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녹취록 공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공개된 녹취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통해 모든 사실관계를 파헤칠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빗발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든 간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건 발생 직후였던 지난달 30일 “지금은 사고 원인과 규명,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피해 가족들과 피해자분들의 치유와 위로에 집중할 때”라고 했었다. 당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글을 올려 비판받자 “그런 내용은 적절하지 못했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경찰 녹취록 공개를 계기로 이틀 만에 애도 대신 ‘진상 규명’으로 태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찰 녹취록 공개로 국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정부 비판에 나섰다. 윤건영 의원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며 “최초 신고 때만 제대로 대응했어도 꽃 같은 청춘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상희 의원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참사였는데 자그마치 11차례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경찰이 외면했다”고 했고, 권인숙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명백한 과실치사로 직무유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모두 살릴 수 있었다”고 했고, 이수진 의원은 “추모를 이유로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참사 직후 사고를 현 정부 탓으로 돌려 비판받았던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게 나라인가”라고 했다.

경찰 녹취록에서 비롯된 민주당의 비판은 향후 대통령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 총회에서 “저희가 책임 규명을 보류하고 정부의 수습 노력에 협조를 다하겠다고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 없다’가 전부”라며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는다”고 했다. 그는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할 때가 됐다”고 했다. 강득구 원내부대표는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주최자가 없었다고 운운하며 책임에서 빠져나갈 궁리부터 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경찰 녹취록 공개에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파장 확대를 경계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경찰이) 초동 대처에 미흡했던 것에 매우 유감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찰 녹취록 공개 파장이 야권의 정치 선동으로 과거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 이슈로 확산할까 우려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무책임한 가짜 뉴스들이 일부 생산·유포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 ‘사드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 ‘세월호는 미 잠수함과 충돌했다’ 등 사례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대형 사고의 트라우마를 키우는 민주당 일각의 남 탓, 아니면 말고 식 가짜 뉴스를 내지르고 보는 무책임함은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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