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1000억 줄었는데 이자 1000억 늘었네… 개미의 한숨

윤진호 기자 2022. 11.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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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융자 2년전 수준으로 줄었지만, 금리 6%대서 7%대로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81% 급등한 2330대로 장을 마감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작년 말 23조원에 달하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지난달 16조원으로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빚투 규모는 상승장 초입이던 2년 전 수준으로 줄었지만,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증시 하락세가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개미들은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1562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이다. 작년 말(23조886억원)과 비교하면 30% 줄었다. 빚투 규모는 2년 전인 2020년 10월 말(16조4294억원)과 비슷해졌는데, 투자자들이 처한 상황은 180도 다르다. 신용거래융자 최고 금리가 연 10%를 넘어서기 시작한 데다, 올해는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김성규

2020년 말과 지난 8월 말 빚투 규모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1719억원이고 평균 금리는 연 7.3%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로 환산하면 연간 1조4000억원 수준이다. 2020년 말에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9조2777억원이고, 평균금리는 연 6.7%로 이자 규모는 1조3000억원이었다. 빚투가 1년 8개월간 1000억원가량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은 오히려 1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빚투 2년 전보다 줄었지만 이자 부담은 커져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20년 말 5조8646억원에서 올해 8월 말 5조7655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40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연 6.8%에서 연 7.4%로 올라 연간 이자 부담액은 3983억원(2020년 말)에서 4258억원으로 불어났다. 30대의 경우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을 2639억원이나 줄였는데, 이자 부담액은 43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50대와 60대는 2년 전과 비교해 빚투 규모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다른 연령대보다 더 크게 불어났다. 5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20년 말 6조1416억원에서 올해 8월 말 6조2703억원으로 증가했고, 이자 부담액은 같은 기간 4071억원에서 4549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6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같은 기간 1932억원 늘어나 이자부담액이 315억원 불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펜데믹 당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많았던 종목들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주식들이었다”며 “올해 고위험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빚투족들의 손실은 다른 투자자들보다도 더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연말 신용거래융자 최고 금리 대부분 10% 넘길 듯

올해 들어서는 빚투 규모 감소세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3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작년 말 3조3284억원에서 올해 8월 말 2조5681억원으로 줄었다. ‘20대 이하’는 4867억원에서 3892억원으로 감소했다. 40대는 6조8926억원에서 5조7655억원으로, 50대도 같은 기간 7조2985억원에서 6조2703억원으로 줄었다. ‘60대 이상’ 역시 5조1421억원에서 4조1787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자 부담은 당분간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상승세가 8월 이후에도 지속돼 최근에는 최고 금리가 연 1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16일 일반 투자자 대상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연 10.50%로 올렸다. 31~90일 금리도 9.90%를 적용 중이다. 유안타증권도 151~180일 기준 금리가 10.3%로 10%를 넘겼다.

NH투자증권(16일 초과 9.9%), 삼성증권(60일 초과 9.9%) 등 다른 증권사들의 금리도 연 9%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커 연말에는 대부분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1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가 하락과 이자 부담으로 2030대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현재는 빚투보다는 여유 자금을 활용한 안전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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