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안먹던 사골·삼겹살 들여와 대박

신수지 기자 2022. 11.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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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18> ‘하이랜드푸드’ 윤영미 대표
서울 강동구 하이랜드푸드 본사에서 윤영미 하이랜드푸드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캐나다에서는 귀한 사골이나 삼겹살을 버리거나, 동물 사료로 쓰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지난달 5일 육류 수입업체 하이랜드푸드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본사에서 만난 윤영미(53) 대표는 “질 좋은 축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표가 1999년 설립한 하이랜드푸드는 전 세계 16국 50여 파트너사에서 연간 10만t이 넘는 육류를 수입하는 국내 1위 육류 수입업체다. 보리 먹인 암퇘지, 호주산 프리미엄 와규, 스페인산 이베리코 같은 다양한 고품질 수입육을 국내에 선보이며 작년 매출 93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윤 대표는 “해외 생산자와 함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중간 단계 없이 이를 직접 수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고속 성장하던 회사 덮친 화마, 신뢰로 재기

윤 대표가 축산물 수입 비즈니스를 처음 접한 건 대학을 나와 무역회사에 들어간 1992년이었다. 그는 “국내산 축산물은 비싸서 서민들이 맘 편히 사먹기 힘든 시절이었다”며 “한국서 인기 높은 삼겹살이 캐나다에선 ㎏당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걸 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회사에선 축산물 수입을 접었고, 수입 업무를 총괄하던 윤 대표는 하이랜드푸드를 세워 독립했다.

하이랜드푸드가 노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는 ‘돼지목심 바로구이’. /노브랜드

윤 대표는 한 해 반년 이상을 해외를 돌며 생산자들을 발굴했다. 해외 농장에 가면 가장 먼저 농장 쓰레기통부터 뒤졌다. 그는 “농장주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잘 팔리는 부위의 상품화에만 주력하는데, 버려지는 원료를 상품으로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주니 더없이 고마워했다”고 했다. 그렇게 구축한 해외 공급망을 바탕으로 회사는 2007년까지 매년 25~30%의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12월 이천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재고 물량의 90% 이상이 전소돼 손실액이 280억원을 넘었다. 윤 대표는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를 압박했고 일부 국내 거래처들은 대금 결제를 해주지 않아 폐업 직전까지 갔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오랫동안 믿음을 쌓아온 해외 생산자들이었다. 그들은 대금 결제를 연기해주고 물량도 기존의 1.5~2배를 몰아줬다. 윤 대표도 ‘다시 창업한다’는 마음으로 월급을 반납하고 재건에 온 힘을 쏟았고, 절망적인 화마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물가 안정 기여하는 글로벌 수출입 허브 목표

정부는 치솟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수입산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붙는 할당관세를 올 연말까지 면제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정부 정책 덕분에 수입육 가격안정 효과가 컸고, 서민들의 고통을 덜고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해외 생산자들은 할당관세 면제를 빌미로 단가를 올려받으려 했다. 하지만 윤 대표가 꿈쩍도 하지 않자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수출입 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스페인에 생산 법인 3곳을 설립했고, 호주와 브라질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원과 경기 이천에는 대규모 복합제조물류센터를 곧 준공한다. 윤 대표는 “세계 각지에 직접 생산 기지를 구축해 연중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불고기 소스·만두 등 케이푸드 수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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