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지도, 너무 아쉽지도 않게… OTT 시리즈는 30분짜리가 ‘딱!’
SF ‘욘더’도 한 회 30분, 총 6화
HBO·넷플릭스 등도 점점 짧아져
“고예산·웰메이드도 다이어트 중”
회당 1시간도 길다. 너무 길어서 부담스럽지도, 너무 짧아서 아쉽지도 않게 한 회 상영 시간은 30분, 전체 분량은 6화 정도로 압축한 시리즈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중파·케이블TV 드라마로부터 이어져 온 ‘드라마 1회=약 1시간’ 관습에도 금이 간다.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블록버스터 작품들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공개한 티빙의 19금 재난 스릴러 ‘몸값’은 공개 직후부터 국내 OTT 통합 랭킹 1위(키노라이츠 기준)에 올랐다. 티빙은 “티빙 역대 오리지널 드라마 중 공개 첫 주 이용자 수(UV)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티빙의 최고 히트 드라마였던 ‘술꾼 도시 여자들’을 뛰어넘는 성과다. ‘범죄도시’의 진선규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전종서 등 몸값 급상승 중인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 원조 교제, 장기 밀매 등 과감한 소재, 참신한 카메라 워크 모두 호평받는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회당 평균 35분의 짧은 길이, 단숨에 이어 볼 수 있는 총 6화의 적은 분량이다. 현재 1~3화를 볼 수 있고, 4~6화는 오는 4일 공개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의 첫 국내 투자작이자 ‘천만 감독’ 이준익의 시리즈 연출 데뷔작인 ‘욘더’도 회당 평균 33분에 전체 6화 분량. 배우 신하균과 한지민이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죽음 이후에도 남편 곁에 남고 싶어하는 아내를 연기했다. 이준익 감독이 처음 도전한 SF 장르물이기도 하다. ‘욘더’는 회당 평균 46분, 총 6화 분량인 디즈니+의 ‘오비완 케노비’처럼 처음엔 극장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어찌 보면 30~40분, 6화 분량은 조금 긴 영화 정도의 호흡이다.
이런 경향은 해외 OTT에서도 눈에 띈다. 최근 국내에서 왓챠를 통해 공개된 미 HBO 시리즈 ‘메이드 포 러브’의 회당 평균 시간은 27분.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기행을 일삼는 IT 재벌 남편이 기억과 감정의 완벽한 공유를 위해 아내의 머리에 칩을 심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블랙 코미디다. 곁가지 없는 빠른 전개와 짧은 길이 덕에 부담 없이 몰아 보기 좋다.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미 NBC방송의 사후 세계 블랙 코미디 ‘굿 플레이스’도 넷플릭스에서 평균 24분 길이(시즌4 기준)로 서비스 중이다.
과거에도 없었던 시도는 아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숏폼(short form)’과 2시간 넘는 영화 같은 ‘롱(long)폼’ 사이, 20분 안팎 분량의 ‘미드(mid)폼’ 영상 콘텐츠 제작은 종종 있었다. 대개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을 겨냥해 저예산 드라마나 예능을 짧은 길이로 편집해 내보내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콘텐츠 산업 전문가 노가영씨는 “고예산·웰메이드 ‘프리미엄 롱폼’조차도 숏폼화되고 있다. A급 배우와 스타 감독을 기용한 작품이 짧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찾은 형태가 30분 정도 길이의 드라마”라며 “시청자 수요를 찾아 호흡을 바꿔가는 다양한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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