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 “남의 잣대에 맞춰 살던 나… 모성애가 구원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1983년 열여섯에 할리우드 데뷔
美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수상
자식 잃은 부모 이야기 직접 제작
상실감 극복하는 어머니로 출연
깊은 모성애 연기로 인생 전환점
“굴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 인생의 고삐 잡게 될 것”
“어린 시절 저는 학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안 믿으실 수도 있지만(웃음), 공부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과제를 해내는 게 정말 행복했지요! 다른 세상을 보여준 건 무대였어요. 열두 살에 연극을 보고 ‘이거다’ 하는 강한 끌림이 왔지요. 제 인생을 바꾼 극적인 첫 선택이었어요.”
할리우드 스타 배우 니콜 키드먼(55)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1983년 열여섯에 데뷔해 연기 인생 40년 차를 맞았고,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한 ‘디 아워스’(2002)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 20주년이다. 2007년 시작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 앰버서더도 15년이나 됐다. 미국 내슈빌에서 컨트리 가수인 남편 키스 어번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를 최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나의 선택(my choice)’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겨우 10대 초반인 40년 전의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알고 선택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녀는 “호주 영화 학교 시절 만났던 영화감독 제인 캠피언이 ‘넌 반드시 연기해야 한다’고 확신을 심어 줬다”며 “영화 학교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배우 나오미 와츠를 포함해 놀라운 취향과 지식을 지닌 이들이 축적된 삶의 지혜를 나눠준 덕분에 이 거대한 영화 산업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잣대에 맞춰 살지만, 지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인생의 고삐(rein)를 잡고 제어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그녀 역시 그랬다. “일하면서 처음 배운 건 ‘거절’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만 했죠.” 그녀는 연기 학원에 다니던 시절 수업료를 내기 위해 모델로 활동해야 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거절당할수록 저는 ‘더 나아가자’란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습니다.” 연기를 위해 ‘브론테 자매’가 돼 보기도 하고, (고전극을 이해하려) 그리스어까지 마스터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로는 영화 ‘래빗 홀’(2010) 제작을 꼽았다. 직접 제작사 ‘블로섬 필름’을 만들어 뛰어든 첫 작품. 2007년 퓰리처상 희곡상을 받은 극작가 데이비드 린지 어베이르의 원작으로, 남부럽지 않던 부부가 4살짜리 아들을 사고로 잃고 슬픔을 감당해내는 이야기다. 상실의 상처를 오롯이 감내해내는 엄마 베카 역을 맡은 니콜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모성애를 탁월하게 표현한 배우로 대중들 머리에 각인됐다.
“그때 임신 중이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의 감정이 배 속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이 걱정돼 연기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때였어요. 대신 책을 읽었죠. 그러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연극 ‘래빗 홀’(2008) 리뷰를 읽고 당장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영화는 슬픔을 일부러 극복하려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베카 역의 니콜은 “(천사 같은 아이를 데려가는 대신) 신이 천사가 필요하면 새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면서 세상을 원망했다가 “어딘가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평행우주가 있다면 이곳은 ‘슬픈 버전의 나’”라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찾아간다. 그녀는 “임신 경험 이후 갖게 된 새로운 정체성인 모성(母性)이 이 모든 모험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기억하는 영화 속 대사라면서, “(상실의 아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짓눌림에서 견딜 만해지는 것 같고, 주머니 속 돌멩이같이 어쩌다 한 번 그 존재를 잊을 수 있지만, 내다 버릴 수도 없이 평생 갖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리더십과 행복’ 강의로 화제가 된 아서 브룩스의 ‘행복학’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성공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닌, 행복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녀는 “모두에게 같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선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 “내 기준에선 사랑하는 가족과 최대한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일보다 우선순위로 둬야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드먼은 어린 키드먼으로 돌아갔을 때 무슨 조언을 하고 싶으냐는 이야기에 이렇게 답했다. “너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인생은 빼앗고 얻는 것 대신 포기하고 버리는 법을 아는 순간 행복해져요. 나를 불태우면서 치열하게 살수록 고요함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가혹하고 엄격하기보다는 상냥하고 부드러워지세요. 삶을 바라보는 눈이 바뀔 겁니다.”
★ 조선일보에서는 현재 좋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조선일보 앱’도 확장하는 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링크(https://chosun.app.link/spica)를 스마트폰에서 열어서 클릭하신 뒤 조선일보 앱을 설치하시면 기사를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의견 귀담아 듣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예산 시정연설도 불참하나...정진석 “현재로선 총리가 할 듯”
- 中, 8일부터 한국인 관광객에 최대 15일 무비자 입국 허용
- 대전 다가구 주택서 화재…1명 숨지는 등 인명 피해
- 천하람 “이러니 지지율 19%” 정진석 “그 당 지지율이나 신경쓰라”
- 미국 10월 신규 일자리 1만2000개 그쳐... 허리케인이 노동시장 강타
- 라브로프 러 장관, 우크라 전쟁 이후 첫 EU 방문
- “부친 산소에 휴대폰 묻었다”던 명태균…검찰엔 “부친 화장했다”
- 울산HD, '홍명보 논란' 딛고 K리그1 3연패 달성
- “전기차 선두는 오직 테슬라?...중국이 판 뒤집을 가능성 커”
- 한동훈, 명태균 녹취에 침묵... 친한계 “뭘 알아야 대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