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서 테너로 깜짝 반전, 代打서 스타로 인생 역전
연이어 주인공 맡은 테너 백석종
서른 넘어 테너 도전해 우승 행렬
내년 美·英 등서 오페라 주연
“데뷔라 생각… 무대 찢겠다”
“엄청나게 인상적인 데뷔 무대였다. 모든 소리가 영웅처럼 들렸고 밝은 테너 음색은 짙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마저 뚫고 나갔다.”(영국 일간 가디언)
지난 5월 영국 명문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주인공 삼손 역을 맡은 테너 백석종(36)씨를 향해 현지 언론들의 격찬이 쏟아졌다. 곧이어 같은 극장에 설 예정이던 세계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코로나 감염으로 출연을 취소하자, 백석종은 곧바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도 대타(代打)로 주연을 맡았다. 영국 최고의 오페라 무대에서 연이어 두 차례나 주인공으로 서는 행운을 누린 셈이었다.
하지만 백석종의 ‘깜짝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테너가 아니라 테너보다 낮은 음역인 바리톤이었으니까. 그는 1일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성악을 시작할 무렵부터 줄곧 바리톤으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테너에 도전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81)처럼 바리톤으로 출발했다가 테너로 전향하는 사례가 성악계에는 간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30대 넘어서 도전에 나서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백씨는 전주예고에서 성악 공부를 시작한 뒤 뉴욕 맨해튼 음대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에는 젊은 성악가들을 지원하는 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극장의 ‘애들러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명 그의 음역은 바리톤이었다. 하지만 그는 “뉴욕 유학 시절에 하루 서너 시간씩 학교 연습실에서 노래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고음이 터지는 ‘득음(得音)’을 경험했다”면서 웃었다.
대체로 바리톤의 고음은 높은 솔(G)이나 라(A) 정도로 꼽힌다. 여기서 두세 음 정도 더 올라가면 생전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장기였던 ‘하이 C(높은 도)’가 나온다. 테너만이 지니고 있는 비장의 무기이자 승부수다. 백씨는 “바리톤에게는 불필요한 고음이 생기는 바람에 한동안 고민하다가 교수님께 음역 변경을 여쭤보았다. 하지만 ‘기존의 음색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면서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그가 뒤늦게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였다. 그는 “코로나 직후 미국과 유럽에서 공연이 취소되면서 설 자리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차라리 내 목소리의 한계를 시험할 기회로 삼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미국 로렌 자카리 오페라 콩쿠르에 이어서 이탈리아·스페인 대회에서 연거푸 테너로 우승하면서 ‘음역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갈라 무대에서도 그는 파바로티의 애창곡이었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등을 열창했다.
내년부터 그는 미국 오페라의 1번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과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모두 출연할 예정이다. 바리톤으로서는 바닥부터 탄탄하게 경력을 쌓았지만, 거꾸로 테너로서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테너와 바리톤은 오페라 작품과 배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 모든 공연을 ‘데뷔’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무대에서 ‘찢어 놓겠다(관객들을 열광시킨다는 뜻의 유행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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