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제2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실태 파악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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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화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약자를 강제로 시설에 가둬 집단적 인권유린을 자행한 실태가 또 드러났다.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나머지 시설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지금껏 적극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일가의 사례에서 보듯 시설을 만들고 운영한 책임자에게 오늘날의 잣대에 맞춰 형사 처벌을 가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관철하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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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화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약자를 강제로 시설에 가둬 집단적 인권유린을 자행한 실태가 또 드러났다. 1950~70년대 부산 서구와 사하구 일대에서 운영되던 재생원과 영화숙이라는 수용시설을 경험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다. 가난할 뿐 주거가 일정하고 자립 생계가 가능한 사람들이었음에도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볕도 들지 않는 철창 방에 감금해 보상도 없이 강제 노역을 시키고, 뜻대로 안되면 무자비한 폭행을 가해 때론 목숨까지 앗았다는 것이다. 부랑아나 걸인을 격리시켜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데 공헌한다는 이유로 부산시는 조례를 만들어 시설 설립 근거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막대한 지원금을 주기까지 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과 판박이다.
형제복지원 내부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의 실태가 바깥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곳에서 탈출한 한 원생의 폭로 덕분이었지만 이것이 사회문제로 본격 조명되고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가와 일반 국민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데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던 탓이다. 권위주의 시절 사회 분위기와 대중 의식 수준을 감안하면 이런 종류의 시설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을 수 있다. 이번 피해 폭로와 학계의 관련 연구에서 언급된 시설들만 해도 여럿이다. 최근 경기도에서 불거진 선감학원 사례에서 보듯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곳 모두에서 갈취나 폭력이 행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용자 모집이나 운영 방식이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트라우마 속에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나머지 시설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지금껏 적극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사망했거나, 생존해 있더라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거나, 호소해봤자 달라질 게 없을 거라 지레 짐작해 자포자기했을 가능성 등이다. 무엇보다 이들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약자 혹은 소외계층이었던 탓에 약하게나마 새어 나왔던 신음소리에 우리 모두가 무심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인권의 개념이 약하거나 거의 없었던 시대적 특성 때문에 국가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마저 부랑아 수용시설 문제는 불과 몇년 전까지 외면하거나 방관했던 게 사실이다.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일가의 사례에서 보듯 시설을 만들고 운영한 책임자에게 오늘날의 잣대에 맞춰 형사 처벌을 가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관철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 좋은 선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법을 만들어 문제의 시설과 피해자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따른 명예 회복 절차를 밟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접수 창구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국가와 책임자의 사죄와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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