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먼저 온 통일’, 탈북민을 아십니까?

국제신문 2022. 1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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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40대 탈북 여성이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겨울옷을 입은 것으로 볼 때 1년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북민 정책은 한마디로 유명무실이었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그들을 우리는 ‘먼저 온 통일’로 여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탈북민은 북한당국의 주장처럼 ‘조국을 버린 배신자’ 취급당했다.

탈북민이 지금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첫 번째는 2019년 7월, 고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이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수개월 동안이나 방치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정부의 탈북민 지원 정착 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사람이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당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다. 굶어 죽었다는 것만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말이 또 있을까. 당시 참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탈북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북한정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탈북민 정책을 등한시했던 정부가 범한 인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사건은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탈북청년 2명을 강제 북송한 일이다. 이 사건은 정부 수립 이후 북한 주민을 강제 추방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심각히 훼손했다. 판문점을 통해 강제 송환할 때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북송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찰특공대 호위 속에 눈을 가리고 포승줄로 묶인 채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판문점이었다. 안대를 풀고 북한 군인을 보자마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자해를 시도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날의 실체가 밝혀졌다.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그곳을 벗어나고자 했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 내용을 보면 이들은 분명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강제 북송에 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심판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당시 조치는 분명 헌법은 물론 유엔고문방지협약법에도 위배되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수년이 지났지만, 탈북민은 정부가 자신들을 언제든 강제 북송시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신정부 출범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추진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번이나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을 강조했다. 신정부의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로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 등 지원체계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착금 등 초기지원 개선 및 취업지원(창업지원센터 등) 확대를 추진하고, 위기가구 통합지원시스템 및 정신건강지원 체계 구축, 법률 조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과제 및 실천과제에 ‘먼저 온 통일’이라는 단어가 담긴 것은 의미가 크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우리의 이웃이다. ‘통일의 마중물’로 우리 곁에 온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바로 통일 준비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휴전선 너머 북한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통로가 된다.

부산지역에는 현재 약 1000여 명의 탈북민이 이웃으로 살아간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정착은 물론 탈북민으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만 해도 탈북의사 사랑봉사회(강유 단장) 통일희망봉사단(황현정 단장) 한마음봉사단(최광준 단장) 등 여러 곳이다.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의 방해 요소는 어쩌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을 향해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면 어떨까.

강동완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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