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날고, 땅에선 질주… 미래 먹거리 ‘트랜스포머 드론’[인사이드&인사이트]

백주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무인체계PD 2022. 1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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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드론 개발경쟁
영화 ‘트랜스포머’를 방불케 하는 형상 변형 드론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독일 페스토사의 드론(위 사진). 미국 스탠퍼드대가 개발한 조류형 로봇은 비행하다가 다리를 펴 나뭇가지나 구조물에 착지해 감시·정찰을 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유튜브
백주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무인체계PD
《변신 로봇은 아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로봇이 비행기나 자동차로 바뀌는 것 자체가 신기할뿐더러 색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로봇들은 어른들에게 잊고 있었던 변신 로봇의 매력을 일깨워주며 크게 흥행했다.

이런 변신 로봇은 영화적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좁은 곳을 통과할 때는 날개를 접고 지상에 닿으면 캐터필러(무한궤도)를 작동시켜 전차처럼 주행한다. 몸체의 모습도 여러 형태로 바뀌는 드론, 이른바 ‘트랜스포머 드론’에 대한 각국의 연구개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새처럼 날고 착륙하는 드론


드론은 당초 연날리기, 원격조종 비행기의 뒤를 잇는 레저용 완구에서 출발했다. 한마디로 처음에는 ‘날리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드론은 이제 상상을 뛰어넘는 기능으로 새 날개를 펴고 있다.

미 육군의 ‘페가수스’ 드론은 하늘에서는 프로펠러를 돌리며 날다가(위 사진) 착지하면 무한궤도를 돌려 전차처럼 지상 밀착 주행을 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로보틱 리서치 홈페이지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기존 드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형상 변형 드론(shape-shifting drone)’이다. 기존의 드론은 처음 제작된 모양 그대로 임무를 수행한다. 전문 용어로 ‘고정(단일) 형상 드론’이라 불린다. 반면 ‘형상 변형 드론’은 말 그대로 스스로 모양을 변형시키는 드론으로, 비행 중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크기나 형상을 그때그때 변형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기존의 드론이 그냥 로봇이라면, ‘형상 변형 드론’은 변신 로봇인 셈이다.

‘형상 변형 드론’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눠 개발되고 있다. ‘회전익(回轉翼) 기반’, ‘고정익(固定翼) 기반’, 그리고 ‘생체 모방 기반’이다. 첫째, ‘회전익 기반’은 쉽게 말해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헬리콥터형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했던 형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형상 변형 기술이 추가되면 좀 다르다. 비행 중 형태나 크기를 바꿔 건물 창문을 통과하거나 비좁은 동굴에 진입할 수 있다. 비행을 하다 땅으로 내려와 질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목표 지점까지는 비행해 잠입한 뒤 건물 내부를 이동할 때는 마치 작은 탱크처럼 무한궤도를 굴려 은밀히 정찰하거나 목표물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화재 구호, 폭발물 처리는 물론이고 물건을 문 앞까지 배송하는 ‘임무’도 할 수 있다.

둘째, ‘고정익 기반’은 프로펠러가 아닌 고정된 날개로 비행한다. 항공기를 축소해 놓은 셈. 그러나 고정익에 형상 변형을 적용하면 활주로가 없거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변형 가능한 날개를 세워 수직 이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생체 모방 기반’. 중국에서 소수민족 감시에 비둘기 떼를 모방한 드론군(群)을 활용한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비둘기와 외형이 매우 흡사해 실제 비둘기 떼에 섞여 날 수도 있었다고 한다. 형상 변형 기술을 적용하면 날개를 접거나 펼 수도 있다. 좁은 입구를 통과할 때는 날개를 조금 접어 비행하는 것은 기본. 딱정벌레나 매처럼 난간, 구조물, 나무 위에 걸터앉아 감시나 정찰을 할 수도 있다. ‘스파이 드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세계 드론 시장, 2025년 60조

‘형상 변형 드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약 5년 전부터다. 미국 독일 스위스 영국 등 15개국 이상이 저마다 첨단 기술을 드론에 접목해 새로운 기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독일 ‘드론 인더스트리 인사이트’사의 드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민간 드론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225억 달러(약 31조9000억 원)였는데 2025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428억 달러(약 60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자체를 만드는 하드웨어 시장의 경우, 이미 중국이 패권을 가져가 역전이 힘든 상황이다. 가격과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닌 중국 회사 DJI 한 곳만 해도 세계 드론 제품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드론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시장 규모가 작아 큰 이익을 내기 힘든 시장이다. 다만, 드론 활용 시장만은 아직 뚜렷한 글로벌 선두주자가 없다. 신개념 서비스 사업 창출을 통한 시장경쟁력 확보에 한국이 빨리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산업용 드론이 앞으로 미래 드론 경쟁을 주도할 듯하다. 세계 드론 시장 규모를 보면 개인용은 23억 달러(약 3조2700억 원) 안팎으로 해마다 거의 제자리걸음이지만 상업용은 증가 일로다. 2019년 152억 달러(약 21조6000억 원)를 기록한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2025년 405억 달러(약 57조7000억 원)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드론 산업도 성장 추세에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16년 704억 원에서 2020년 4945억 원으로 7배가량 성장했다. 드론 대수도 정부 등록 기준으로 357대에 불과하던 것이 2021년 상반기 2만6035대로 비약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드론 실명제’에 따라 종전에 최대이륙중량 12kg이 넘는 드론에만 부과했던 신고 의무를 2kg 초과의 모든 드론으로 확대했다. 드론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신산업으로 적극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세계 시장에서 국산 드론의 점유율은 1.6% 수준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후발주자 韓, 기술력 높여야

무엇보다 드론 기술력의 미래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형상 변형 드론’ 기술은 아직 기초 및 응용 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제품도 아직 만들지 못했다. 6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국방형상변형드론 기술로드맵’ 수립을 위해 구성한 12명의 산학연군 전문가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술은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66.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드론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 중 하나다. 정보 통신, 센서 등 첨단 기술이 융·복합돼 산업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 겉보기에는 장난감 같지만 ‘형상 변형 드론’ 제작에는 여러 신기술이 필요하다. 비행체를 변형하면서도 안정된 비행을 유지하며,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형된 형상을 정확하게 인식해 오류 없이 운용되게 하는 기술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산업의 발전도 자연스레 크게 견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국내 드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드론 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세계 드론 시장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지금부터라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형상 변형 드론’ 관련 기술 우위를 점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미래의 드론 산업은 공상과학(SF) 영화를 방불케 할 것이다. 안보와 경비, 유통, 교통은 물론이고 일반인의 생활 곳곳에 ‘드론 문화’가 확대될 것이다. 드론 낚시, 드론 축구, 드론 경주를 즐기는 드론 전문 공원이 일반화하고, 양육법이 까다로운 앵무새나 매 대신 누구나 손쉽게 키울 수 있는 드론 반려동물이 가정마다 보급될 수도 있다. 물품 배송 환경이 열악한 도서 지역에 드론 이착륙 지점이 지정되면 섬에서도 ‘새벽 배송’을 받아보게 될지 모른다.

산업계의 풍경도 바뀔 수 있다. 드론 활용 서비스 영역이 대폭 넓어지는 것이다. 정유소를 점검하거나 건설 현장을 조사하고, 교통 시설을 진단하는 데 ‘형상 변형 드론’이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창조적인 서비스에는 창의적인 제품 기술이 따라야 한다. 먼저 꿈꾸며 도전해야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백주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무인체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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