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에서 핫 아이템으로, ‘블루종’[패션 캔버스/임지연]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2022. 1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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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고 있다.

좀 일찍 서둘러 겨울 코트 한 벌 마련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든다.

가벼운 아우터인 블루종은 트렌치코트보다 간편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편안함을 강조한 '이지투웨어(Easy to Wear)'가 패션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요즘이라면 실용성 넘치는 블루종의 매력을 간과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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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제공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지고 있다. 좀 일찍 서둘러 겨울 코트 한 벌 마련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든다. 그런데 실행은 다른 문제다. 팬데믹으로 장시간 집에 머물다 보니 한번 외출할 때 스타일에 힘을 줘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다. 바야흐로 고물가, 고금리 시대다. 내년에는 불황이 더 가중된다는 암울한 전망도 많다. 위축된 소비 심리가 의류 구입마저 망설이게 만드는 시기다.

그래도 변변한 옷 하나 없이 겨울을 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멋스러우면서도, 한 벌로 다채로운 효과를 낼 수 있는 블루종(blouson·점퍼 스타일의 짧은 재킷)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가벼운 아우터인 블루종은 트렌치코트보다 간편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겉옷으로 입기 좋고, 날씨가 더 추워지면 카디건처럼 활용해 겹쳐 입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블루종은 더플코트, 트렌치코트가 그렇듯 군복에서 유래했다. 전장만큼 실용성이 절실한 곳이 또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은 아랫단을 밴드로 조여 허리춤에 단단히 여미는 점퍼를 입었다. 방한 기능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한 이것이 블루종이다. 이를 미군이 야전용 재킷으로 받아들였고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이 입어 유명해졌다. 종전 뒤에는 미군의 MA-1 보머 재킷(항공 재킷)으로 변형됐다.

이후 패션 브랜드 이브생로랑이 상용화하고 팝 음악가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패션으로 번지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한때 전장을 누비는 남성의 상징이던 블루종은 특유의 매력으로 여성복계에서도 뜨거운 아이템이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편안함을 강조한 ‘이지투웨어(Easy to Wear)’가 패션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요즘이라면 실용성 넘치는 블루종의 매력을 간과하기는 힘들다.

특히 MA-1 스타일의 블루종은 짧은 아우터를 선호하는 지금의 트렌드와도 잘 어울린다. 수납력을 극대화한 포켓, 견고한 나일론 트윌 소재, 볼륨감을 강조한 칼라,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 등으로 성숙하고 세련된 도시 캐주얼 무드 연출이 가능하다.

영국군의 비행 재킷이 원형인 MK3 재킷도 올겨울 주목할 만하다. 허리선에 걸친 짧은 기장감과 방풍을 위한 넉넉한 칼라, 지퍼와 단추를 이용한 이중 여밈과 수납공간이 특징이다. 요즘은 따뜻함을 더한 플란넬 소재도 적용해 변화를 꾀한 MK3 재킷은 심플한 디자인의 울 카고 팬츠, 하프 집업 스웨터와 매치하면 따뜻함도 멋도 놓치지 않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팬데믹, 경제 위기, 기후와 날씨의 변화…. 어쩌면 평범했던 우리의 하루하루가 전장처럼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장의 의복이 오늘의 패션이 된다. 실용의 역사는 이렇게 돌고 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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