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겪을 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2022. 1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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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양쪽 부모와 사랑의 관계 유지하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혼은 아프다. 그렇지만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이혼을 하면 양육을 책임진 한쪽 부모가 다른 쪽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에게는 부모 양쪽 모두가 소중하다. 한쪽 부모를 만나지 못하게 될 때 아이의 마음속에 쌓이는 그리움은 과연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면, 다음 몇 가지는 기억했으면 한다. 첫째, 아이가 양쪽 부모를 모두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쪽이 다른 한쪽의 부모를 존중하거나 존경하지 못하게끔 아이를 부추기지 말고 양쪽 부모를 다 사랑할 수 있게 허락해 준다. 서로가 상대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흉을 보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자신을 낳아 주고 사랑으로 키워 준 부모이다. 엄마 아빠 모두 사랑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혼하게 됐을 때는 각자 상대방에게 서운한 것도 있고, 용서 못 할 만큼 미운 마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와 상관없이 아이에게만큼은 상대편 부모를 존중해 줘야 한다. 아이들은 의외로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예민하다. 다른 친구나 친지와 전화 통화를 할 때 배우자의 험담을 하거나 흉을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가 나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

둘째, 아이에게 정직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하게 될 경우,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부적절한 생각들이 자리 잡을 수 있다. ‘혹시 내가 나쁜 행동을 해서 아빠가 집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동생하고 너무 많이 싸워서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것은 아닐까?’….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이야기해 주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이 나이에 맞게 정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셋째, 아이가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아이가 매일 규칙적으로 하던 것들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집이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거나 전학을 시키거나 외국으로 가거나 하는 중대한 변화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지지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분노하고, 화가 나며, 좌절을 느끼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이런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최선을 다해서 아이가 느끼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돌봐 주고 보살펴 주겠노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아이들은 “난 엄마가 정말 싫어. 아빠가 이혼해서 집을 떠난 건 엄마가 바보 같기 때문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는 “엄마하고 아빠는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하게 된 거야. 그렇지만 엄마하고 아빠 모두 너를 사랑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단다”라고 진심으로 말해 줘야 한다.

넷째, 같이 살지 않는 부모를 만나게 해 준다. 양쪽 부모 모두를 자주 만날 수 있고,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방문하고 연락할 수 있으며, 가까이 있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배우자가 큰 잘못을 해서 이혼을 하게 되면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부모와 그 가족들이 상대편 부모가 아이와 전화 통화를 못 하게 한다든가, 아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상대편이 전화를 했는데 절대로 바꿔 주지 않는다든가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른들끼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더라도 아이에게는 모두 소중한 부모이다. 같이 살고 있지 않은 부모가 전화를 했을 경우에는 방해하지 말고 아이가 편안하게 전화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다른 쪽 부모를 방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가 표현하는 부모에 대한 애정을 두고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아이의 사랑을 더 얻기 위해서 과한 선물을 사 준다든가 과도한 상을 주는 식으로 경쟁하지 않도록 한다.

다섯 째, 이혼을 했더라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이혼했더라도 부모는 중간에 아이를 두고 연결되어 살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서로가 직접 말하는 것이 불편하여 아이에게 양쪽의 이야기를 전달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 양육비와 같은 여러 가지 돈 문제, 아이가 이혼한 부모를 방문하는 스케줄 문제도 아이를 개입시키지 말고 어른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혹여 한쪽 부모가 재혼을 했다면, 아이에게 재혼한 다른 파트너의 흉을 본다든가, 양부모 말을 듣지 말라고 시킨다든가, 좋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계는 결국 굉장히 복잡 미묘해지고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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