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이 정부를 어찌하오리까
비상 경제 시국이다. 미 달러당 원화 가격이 지난 9월22일을 기점으로 1400원대를 찍은 후 ‘강달러’는 계속되고 있다. 11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이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환율과 금리는 요동칠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상승폭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된 채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은 ‘돈맥경화’ 위기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또한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달러를 매도한 결과 9월 말 외화보유액은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두 번째 높은 감소치다. 만만치 않은 국내외 여건에 국민의 삶(민생)은 고달프기만 하다.
지난달 27일 대통령이 주재하고, 주무장관과 수석비서관급 참모진 20여명이 모여 진행한 비상경제민생회의 생방송에 관심이 쏠렸다. 비상한 상황에 특별한 대책이 나오리라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참석자들은 비상한 상황이라는 인식조차 없어 보였다. 이날 발표는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취지 아래, ‘주력산업 수출전략’ ‘해외건설·인프라 수주 확대’ ‘중소기업·벤처 육성’ ‘관광·콘텐츠 산업 활성화’ ‘디지털·바이오·우주 발전’ 등 5개 주제에 걸쳤으나, 비상시국에 걸맞은 해결책 제시라기보다는 통상의 부처 업무보고나 자문회의 보고안건 정도의 사안이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국민을 두고 장관과 대통령이 한가로이 뱃놀이하는 모습에 빗댄 채이배 전 의원의 평가가 아프게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정부 부처가 산업부가 되길 원한다.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방위산업부, 농림산업부, 건설교통산업부, 그리고 문화산업부로. 10·26 사건 4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윤 대통령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가 보수 결집을 노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및 수출진흥전략에서 위기 해법을 찾고자 했던 것으로 보는 시각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나마 대통령이 교육부를 교육산업부라 부르지 않은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이었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가 산업 인재 공급이라 했고, 교육부 스스로가 경제부처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교육과정의 획기적 디지털 전환을 주문하며, AI 산업 육성과 관련해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알고리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서 많은 선수를 배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어린 나이에 이루어지는 교육의 목적이 전문 선수 배양이라는 인식이 아찔하다. 교육부 차관 대응 또한 도긴개긴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보교육 시간을 2배 이상 늘리고, 고등학교는 아예 교과를 하나 신설할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디지털 리터러시가 읽고, 쓰고, 비판적 사고를 기본으로 하는 리터러시(문장해석능력)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정보 탐색이 덧칠된 것으로 생각해 보면, 탐색하고, 새롭게 가공할 정보는 결국 많은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문학, 수학, 과학 수업을 통해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게 된다. 알고리즘 의사결정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능력 또한 마찬가지다. 기본 교육에 충실하면 인재는 길러진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부에 여·야·정이 함께하는 ‘국민안전대책회의’를 제안했다. 여러 차례의 영수회담 제의도 무시하고, 협치를 거부하는 정부 여당의 위기 극복 의지를 믿어도 될까?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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