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저렴하게 ‘구독’하세요… 대신 배터리는 찾아갈게요

임경업 기자 2022. 1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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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엔 배터리 뺀 ‘가격 다이어트’
업계는 공급난 대비 ‘배터리 확보’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는 올해 연말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판매가 아닌 구독 형태로만 이용자를 모을 계획이다. 유럽 1호 매장이 들어설 독일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에 전기차 3개 모델을 내놓는데, 월 170만원대의 구독 방식으로만 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독 기간은 최소 1개월 이상으로, 차와 배터리를 모두 사용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니오는 배터리 교체센터를 유럽 각지에 두고 전기차 구독자들이 배터리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자료=각 사

전기차 구독 서비스 도입은 니오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한 도요타도 월 100만원 전기차 구독 요금제를 도입했고 벤츠·아우디 같은 독일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도 모두 전기차 구독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자체를 구독 형태로 서비스하거나, 자동차만 팔고 배터리는 임대 형식으로 월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핵심은 배터리 소유권만은 자동차 회사들이 갖는다는 점이다.

구독 서비스는 값비싼 전기차의 구매 장벽을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전기차 제조사들로선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배터리용 광물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배터리 소재·부품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배터리 재활용이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만’ 빼고 팝니다.

도요타의 첫 전용 전기차 bZ4X는 일본에선 구독 방식으로만 판매된다. 계약금 38만5000엔(약 370만원)에 첫 달 10만6700엔(102만원)을 내며, 구독 기간이 늘어날수록 월 요금이 줄어든다. 최대 10년 구독 계약이 종료되면 자동차가 도요타에 반환되는 방식이다. 닛산도 배터리 소유권은 계열사가 소유하는 형식의 전기차 리프 구독 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일·이탈리아·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구독 요금제를 출시했다. 독일에선 벤츠 전기차 3분의 1 이상이 구독 방식으로 계약됐다.

전기차 구독제는 우선 소비자의 전기차 매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조금을 받아도 4000만원이 훌쩍 넘는 전기차를 할부로 이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벤츠는 전기차 구독 이용자에게 보험비·유비 보수비·도로세·등록세를 대납해주고 타이어도 정기적으로 교체해줘 서비스 품질도 대폭 높였다.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래 배터리 원자재 공급난을 대비해 중고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구독 서비스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는 배터리 원자재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머지않아 배터리 공급난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중고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구독제를 택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10년 정도 사용하면 성능이 신품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폐배터리 가공 기술의 발전 덕분에 리튬 같은 핵심 광물을 다시 회수할 수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같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배터리 재활용을 대비한 포석

한국도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허용하는 규제 개선안을 의결했다. 배터리 소유권은 리스 업체에 남고, 배터리 가격(약 2000만원 이상)을 제외한 금액을 내고 차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배터리는 성능에 따라 월 수십만원의 요금을 내고 사용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 초쯤 법이 개정될 예정”이라며 “내년 중에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도 배터리 공급난을 대비해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구독 요금제만 만들 것이 아니라 중고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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