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태원 이후, 우리 앞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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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좋고 바람 좋던 가을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엄청난 참사 앞에서 백가쟁명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대형 참사, 국가적 위기는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트라우마를 남긴다.
먼저 이번 참사가 사회적 재난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 정치권 전체가 수습방안과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 참사들도 발생 직후에는 사회가 안타까운 한마음으로 모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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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좋고 바람 좋던 가을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엄청난 참사 앞에서 백가쟁명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대형 참사, 국가적 위기는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
희생, 양보, 헌신, 위로, 연대 같은 가치들이 주목받고 사회적, 제도적 변화의 여러 걸림돌이 오히려 제거되면서 궁극적으로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990년대 초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 참사는 고도개발 시대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성찰, 책임감리제도 확립 등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이태원 참사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현재 한국 사회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먼저 이번 참사가 사회적 재난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전체, 정치권 전체가 수습방안과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자체는 물론이고 그간 못 본 체하거나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던 문제들, 즉 '공공안전' '세대갈등' '포스트 팬데믹'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직접적, 간접적 원인을 규명한 후 불편을 감수하고 돈을 들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길은 그간 많이 본 대로 공세와 역공세, 정치적 손익계산을 통한 공방으로 정치, 이념, 세대갈등이 더 극심해지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등이 걸어간 길이다. 그 참사들도 발생 직후에는 사회가 안타까운 한마음으로 모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결과는 아는 대로다.
전자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들어설 수 있는 길이고 두 번째는 익숙하고 탁 트인 길이다. 좁은 문은 더 좁아진다. 제도적 민주주의의 안착, 기술발전, 행정력과 사회적 투명성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나는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다수 국민을 아우를 만한 '중립적 권위'가 없다. 김수환 추기경, 성철 스님, 한경직 목사 같은 '어른'도 없다. 진보진영에서도 인정받는 보수원로가, 보수진영에서도 존중받는 진보인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을 모셔서 고언을 듣고 지혜를 모으는 관행은 사라진 지 십수 년이다. 대통령이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불러 쓴소리를 듣는 '척'이라도 하는 이벤트도 사라진 지 오래다.
반대로 두 번째 길은 더 널찍널찍해졌다. 이번 참사의 경우 딱 주말까지는 정치권이나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그 내심이야 어떻든 살얼음판을 걷듯 언행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다. 하지만 겨우 주말이 지나자, 국가애도기간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벌써 살얼음판이 쩍쩍 갈라진다. 익숙하고 탁 트인 길로 질주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 질주의 신호탄을 쏜 사람은 현재 특정된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브리핑한 후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한 주무장관 등 일부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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