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정유·새 먹거리 발굴… 친환경 에너지기업 전환 속도 [K브랜드 리포트]

남혜정 2022. 11. 2. 01: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1) 현대오일뱅크
국내 첫 민간 정유사로 출발
중질유 분해 석유정제기술 업그레이드
원유 도입국 다변화… 수출시장 확대
경기침체에도 3분기 매출 10조 ‘선방’
투자규모 10년간 4조→10조까지 확대
지속 가능 3대 성장동력 제시
블루수소 2025년 年 10만t 생산 목표
화이트바이오도 100만t 생태계 구축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 HPC 공장 준공
친환경 사업비중 70%까지 늘리기로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로 첫발을 내디딘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와 석유화학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사업확장과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정유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유사업에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달 12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현대케미칼의 HPC공장 준공식에서 권오갑 HD현대 회장(왼쪽에서 열 번째),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왼쪽에서 열두 번째),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에서 일곱 번째), 김교현 롯데그룹 부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너지산업 발전과 안정적 수급에 기여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964년 극동석유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한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다. 1988년 국내 최초 중질유 분해시설을 도입해 석유정제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993년 현대그룹에 인수되면서 ‘현대정유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1994년에는 정유업계 최초로 브랜드 ‘오일뱅크’를 도입하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현대그룹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내놓으면서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 합작계약을 맺었다. 2000년 유동성 위기로 IPIC에 경영권이 넘어갔으며, 2002년 현재의 사명인 현대오일뱅크로 바뀌었다. 2010년 IPIC와의 법정 공방 끝에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도입 다변화와 수출시장 확대로 사업경쟁력을 강화했다.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원유 생산량이 풍부한 중동 산유국의 원유를 장기·현물 계약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 중동에 편중된 원유 수입 다각화를 위해 남미 멕시코에서도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필리핀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 1억배럴이 넘는 석유제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0조2831억원, 영업이익은 702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경기침체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10년간 투자도 늘려왔다. 2012년 4조원대였던 투자 규모는 2021년 10조원대까지 확대됐다.
◆3대 성장동력 제시…블루수소·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소재

현대오일뱅크는 기후위기, 탄소중립 시대 흐름에 대비해 친환경 에너지·소재 사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유·석유화학 사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해 재활용 폐자원을 원료로 활용하는 등 생산제품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이트바이오와 신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화학·소재 사업을 ‘3대 친환경 미래사업’으로 점찍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85%에 달하는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 45%까지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 이익 비중을 70%까지 늘린다는 것이 목표다.

블루수소 사업에서는 대산공장에서 블루수소를 2025년까지 연간 10만t 생산할 방침이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수소를 가리킨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통해 대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친환경 건축 소재를 생산하고 종이·플라스틱 첨가제도 만들 계획이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화이트바이오 100만t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한다.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산 13만t의 바이오 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기술인 ‘초임계 바이오디젤 공법’을 도입해 동·식물성 기름뿐만 아니라 저가 폐기물을 원료로 투입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국제사회의 항공부문 탄소저감 노력에 기여하고자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항공유 사업도 추진 중이다. 바이오항공유는 정유공정과 유사한 공정을 통해 제조되며,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 상반기까지 연간 생산량 50만t 내외의 바이오항공유 제조 공장을 완공한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은 석유화학 콤플렉스(HPC)가 중심이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공장의 중질유를 원료로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석유화학 설비인 HPC 공장을 준공했다.

‘HPC 프로젝트’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한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이다. 대산공장 내 66만㎡ 부지에 건설된 이 공장은 연간 에틸렌 85만t, 프로필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HPC공장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소재 에틸렌초산비닐(EVA)을 연간 30만t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단일 라인 기준으로 국내 최대 생산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기초 소재, 에너지 소재,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공장 준공으로 연간 약 115만t,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증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공장을 활용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도 나선다. 지난달 17일 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 LG생활건강과 함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100%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한다. 우선 LG생활건강 화장품을 담는 친환경 용기를 양산하고, 향후 세제 용기, 생활용품 용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