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86] 거짓과 진실의 칼춤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프랜시스, 약속했잖습니까? 거래를 했으면 지켜야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모르쇠라뇨. 원하는 걸 얻었으니 토사구팽 하겠다는 겁니까?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걸요! 나는 당신을 위해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위조하고, 도둑질까지 했어요. 그런데 나를 퇴물 취급하다니. 나를 비웃어대는 인간들한테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을 겁니다. 이대로 물러나진 않겠습니다! - 마이클 둡스 ‘하우스 오브 카드’ 중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자금을 요구받아 제공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의 수익자로 지목된 현직 야당 대표는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의 기자회견을 “재미있게 봤다”며 “쓸데없는 걸 지키려고 내 가족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정치 싸움을 그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 소설은 영국 국회가 배경이다. 다수당의 원내총무였던 프랜시스는 총리가 되기까지 그 어떤 추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명령대로 더러운 일을 도맡았던 로저는 쓰고 버려진 걸 알고 저항하지만 달라질 건 없다. 로저가 총리의 약점이자 비리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며 추측할 뿐, 정치 세계의 실체를 일반인이 낱낱이 알기는 쉽지 않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판세에 따라 어떤 거짓은 사실로 둔갑하고, 어떤 진실은 거짓의 누명을 쓴다. 돈과 권력이면 다 이룰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죽은 줄 알았던 거짓과 진실이 깨어나 자리바꿈을 하고 칼춤을 추기도 한다.
사람은 일한 것 이상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옳은 일이든 그른 일이든, 자기 몫이 있다고 믿는다. 다만 성과를 챙긴 쪽은 “고작 그걸로 뭘 더 바라냐”며 무시하기 쉽고, 대가를 바란 쪽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실망하기 쉽다. 포상 대신 배신감을 얻게 되면 혼자 죽진 않겠다고 이 악물게 된다. 내부 고발이나 비리 폭로, 진실 게임이 시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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