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에 마네킹 세워 이태원 참사 재현… 日매체 “압박감 무섭다”

정채빈 기자 2022. 11. 2. 0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NN 유튜브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6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일본 매체가 마네킹을 세워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ANN은 “참사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154명의 사망자(당시 집계 기준) ‘군중 눈사태’ 현장 재현”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군중 눈사태는 1㎡당 10명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경우, 균형을 잃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빈 공간 방향으로 쓰러지는 현상을 뜻한다.

진행자는 “서울의 번화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모인 많은 젊은이가 군중 눈사태에 휘말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됐다”며 “왜 희생자가 이 좁은 길에서 나온 것인지 사고 현장의 언덕을 재현해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는 이태원 골목길을 재현한 구조물이 설치됐다. 1㎡ 면적의 구조물은 이태원 골목의 경사도인 10%(경사각 5.7도)로 기울어져 있다. 그 위에 9개의 마네킹이 빈틈없이 서 있다.

/ANN 유튜브

기자는 “화면에서는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올라가 보면 경사가 급격해 조심해야 한다”며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앞으로 쏠린다. 휠체어 슬로프보다 2배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마네킹 사이에 들어가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마네킹 9개 사이로 들어오니 제 눈앞에는 앞사람의 뒤통수가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며 “1㎡에 10명 이상이 들어가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건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압박감이 더 심할 것”이라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중 속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게 되는 이유도 분석했다. 기자는 마네킹 사이에서 허리를 숙이며 “서로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지만 누군가 허리를 숙이거나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지탱하던 것(앞사람의 상체)이 없어져서 넘어질 수 있다. (이 충격으로) 앞에 있던 사람도 함께 넘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우르르 넘어지게 된다”며 “경사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자는 “대부분 사람들은 50㎏의 압력이 가해지면 답답함과 공포를 호소한다”며 “많은 사람이 쓰러져 포개진다면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수백㎏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했다. 또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서 있는 상태로 압사당한 사람들의 경우 “강한 압력에 노출되면 혈류가 제한돼 30초 뒤 의식을 잃고 약 6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매체는 “이제 해마다 핼러윈이 돌아오면 이 참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는 1일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156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24명으로 총 313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씩으로 총 26명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