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사 도산 위기설도…대형사 지원에도 PF 뇌관 '조마조마'

박경현 2022. 11.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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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 하이·BNK證 높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불거진 유동성 문제로 금융업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불거진 유동성 문제로 금융업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도산 위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ABSTB(자산담보부사채),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 단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중 증권사의 신용공여 물량이 27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매입 보장하거나 신용보강을 한 PF ABCP와 ABSTB 중 이달 만기가 오는 자산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10조7300억 원이다. 내달에는 9조7600억 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하며 내년 1월에는 10조76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만기가 도래해 향후 6개월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유동화증권의 만기는 3개월 이내 혹은 6개월~1년 사이로 짧은 편이다. 증권사는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발행(롤오버)을 통한 만기 연장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최근 채권 투자수요가 급감하며 '돈맥경화'에 빠지면서 시장 유동성이 사라지고, PF 유동화증권 차환 불가 및 만기 연장 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신용공여에 나선 증권사들은 롤오버에 실패한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을 넘는 규모의 보증 이행 필요시에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자산 평가액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는 또다시 단기자금시장과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험도가 특히 높은 곳은 중소형 증권사다. 증권사 자기자본에서 PF 대출과 브리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자금 동원력과 자본력이 있어 차환 실패 물량을 매입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자금 마련 차질로 유동성 대응에 실패할 경우 회사가 도산할 위기에도 처할 수 있다. 앞서 PF 대출이 몰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매각설 등 각종 루머가 돌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PF 신용공여 잔액이 자기자본의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국내 주요 25곳의 증권사 중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이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86.2%에 달했다. 이어 BNK투자증권(68.1%), 현대차증권(63.2%), 다올투자증권(53.4%), 교보증권(53.5%), IBK투자증권(50.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자금경색이 지속될 경우 증권사들이 차환발행에 실패한 유동화증권을 떠안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이 되면 자체 유동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내 PF를 많이 하는 중소형 회사들을 중심으로 디폴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시장에 풀겠다는 방침의 도입에 들어갔고, 대형 증권사가 자금을 모아 1조 원 규모로 중소형 증권사 PF ABCP를 매입하는 방안이 합의됐지만 업계를 감싼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유동성 대책에 따른 효과가 중소형사의 유동성 안정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거나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가 높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유동성지표, 유동화증권 차환 및 채무보증 이행, 대체자금조달능력 확보 여부 등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향후 막대한 유동성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하는 회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PF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하더라도 유동성이 경색된 상황에서 당장 어음 만기를 막을 돈이 없으면 부도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을 통한 대출도 까다로워진 마당에 투자심리 냉각에 따라 고금리에도 차환 발행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물밑에서 공포가 확산되지만 밖으론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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