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씁쓸한 문화예술기관장 인사
尹대통령 캠프 출신 수장 선임
전문성·조직 운영경험 의구심
예술계, 정치종속 고질병 여전
0.1%. 수도권 FM99.1㎒로 방송되는 국악방송이 올 3분기 기록한 채널 청취율이다. 케이블TV에도 국악방송 채널이 있지만 비슷한 형편이다. 원체 열악한 사정이다 보니 지난 9월 열린 국회 소관 회의에서도 낮은 청취율·시청률에 대한 타박은 없었다. 오히려 ‘국악 보존과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해 예산 확대는 물론 관련법 제정 등 지원 강화를 의원들이 주문했을 정도다.
국악계 출신이 많았던 역대 국악방송 사장에게도 힘들었던 난제 ‘국악의 대중화’에서 민완 연예부 기자 출신인 백 신임사장이 좋은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국립·공공예술기관장 선임은 인사위원회 구성 등 투명한 체제 정비와 제도 개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는데 문화분야에서 잘 지켜진 것인지 의심스러운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28일 임명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세원 신임원장도 그렇다. 이 연구원은 문체부 발표대로 ‘문화·관광·콘텐츠 분야 유일의 정책연구기관’이다. 그런데 문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 신임원장은 기자 출신으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 영어영문학부 조교수로 일해왔다. 문화·관광분야 경력은 딱히 검색되지 않는다. 다만 김 신임원장 역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문화트렌드선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는 보도가 눈에 띈다.
정통 피아니스트로서 1995년부터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일하다 지난 6월 선임된 장형준 예술의전당 신임사장도 예술계엔 예상밖이었다. ‘예당’으로 통하는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 그러나 길었던 코로나 대유행 동안 재정위기를 겪어야 했다. 지난 2월 실시된 문체부 감사에선 소장작품 관리 부적정, 대관규약 관리 부적정, 기부금품 관리 부적정 등 다양한 문제가 10여 건이나 지적됐다. 이러한 예당을 별다른 조직 운영 경험이 없어 보이는 장 사장이 제대로 쇄신하고 명실상부한 예술기관으로 거듭나게 할지 그 반대가 될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뜨악한 예술단체장 인사는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도약하려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임 대표에 최정숙 전 숙명여대 겸임교수가 임명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최 대표는 메조소프라노로서 국내외 무대에 섰고 대학 성악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그러다 문체부 산하기관인 지역문화진흥원 이사로 선임된 지 몇 달 안 된 상태였다. 오케스트라 관련 업무, 예술 행정 경험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당시 황희 문체부 장관 지역구 송년 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인연이 집중 조명됐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은 분야마다 오래됐지만 문화예술계는 유독 병폐가 심하고 개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척박한 국내 예술시장 환경 탓에 우리나라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역대 정부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 거듭되는 정치권 보은인사에 예술이 정치에 종속되는 고질(痼疾)은 깊어질 따름이다.
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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