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영원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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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
엄마한테는 흙탕물 한 방울도 튀지 않기 바라는 너무나 소중한 자식들 이름이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자식을 업고 뛸 정도는 돼야 한다며 그날 이후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
우리에게는 부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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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장을 보고 나오다 상가 비디오 가게에 흰 종이가 붙어 있어 무심히 봤다. 비디오를 빌려 가 갖고 오지 않는 고객 명단에 아들 이름이 있었다. 게으름과 무책임의 상징인 이런 곳에 내 아들 이름이…. 엄마는 놀라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주인은 연체료 3만원을 내면 지워준다며 오죽하면 이랬겠느냐고 오히려 하소연했다. 엄마는 바로 돈을 갖다 드릴 테니 이름 석 자 중 한 자만이라도 지워달라고 매달렸다. 주인은 종이를 뗐다. 엄마의 간절함을 봤기 때문이다. 엄마한테는 흙탕물 한 방울도 튀지 않기 바라는 너무나 소중한 자식들 이름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평소 잘 먹지 않는 큰딸이 이것저것 해달라며 엄마 음식이 최고라는 바람에 음식 만드느라 바쁘다. 김치만두는 반드시 신김치로, 잡채는 소고기로, 콩국수는 국내산 콩으로 음식마다 ‘반드시’로 강조되는 주문이 있었다. 어느 날 작은딸이 귀띔해준다. 언니 남자친구가 자취를 하는데 시골 엄마 음식을 그리워할 때마다 언니가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밑반찬이 빠르게 없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오빠가 공부하느라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걱정해, 언니가.” 기막혔다. 그 오빠는 걱정하면서 저희 먹여 살리느라 힘든 아버지 걱정은 안 되나? 그러나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밑반찬 양을 늘렸다.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그날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 중이었다. 눈 내리는 겨울밤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어가는데 저기서 아내가 아들을 업고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아내는 맨발이었고 네 살 아들은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들은 펄펄 끓는 가마솥에 왼발이 빠졌다. 응급실행이었는데 아버지는 자기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처지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자식을 업고 뛸 정도는 돼야 한다며 그날 이후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
엄마는 수술실 앞에서 맨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한다. “제가 대신, 저를 대신.” 엄마는 간절한 소망을 위해 자신의 중요한 뭔가를 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내놓는다. 우리에게는 부모가 있다. 든든하고 감사하다. 시간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나중에 하며 미룰 것인가. 도톰하고 따뜻한 수면 양말 5켤레에 만원, 인터넷 쇼핑 5분이면 된다. 뭐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늙은 부모는 어느 날 사라진다. 효도하기 가장 좋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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