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참사 다시는 없어야"…애도로 하나된 합동분향소(종합2보)
점심·퇴근시간 100명 넘는 조문객 줄 서기도…이태원역에도 추모 발걸음
(서울=뉴스1) 김예원 박기현 김성식 임세원 손승환 기자 =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는 1일 늦은 밤까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퇴근길 분향소를 방문한 김지은씨(29)는 "2주 전에도 이태원에 놀러 갔었는데 이제 그곳을 어떤 마음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즐겁게 갈 수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유리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50대 오모씨는 "희생자들이 다 딸 또래라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책임지겠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하나도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한때 직장인과 대학생 등 시민 100여명이 흰 국화를 들고 대기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줄을 설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진 추모객들은 분향을 마친 뒤에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20∼30대 조문객들의 무거운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156명의 사망자 중 20대는 104명, 30대는 3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생 장모씨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학교 수업을 다 마치고 친구랑 왔다"며 "코로나 전 핼러윈 때는 너무 재밌게 놀았던 이태원인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아껴 분향소를 찾았다. 서울광장을 찾은 나종구씨(37)는 눈시울을 붉히며 "누가 죽으리라고 아무도 생각할 수 없던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희생자들이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대학생 김동규씨(27)는 고개를 떨구며 "열심히 도왔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왔다"고 했다.
◇"죄책감 들어서"…녹사평역 분향소 생존자와 외국인들 발걸음
사고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토로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녹사평역 분향소를 찾은 이모씨(42)는 피해자들을 위해 손편지를 직접 썼다면서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근처는 숙박업소를 오래 운영했기 때문에 익숙한 곳인데 바로 거기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살아난 한 생존자도 "누가 자기 허벅지를 밟고 올라가라고 해서 내가 살았는데 나는 사람들을 많이 구하지 못해 매우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인터뷰 내내 눈물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전성원씨(여·32)는 "사고 당일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슬픔이 밀려온다"며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편견과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말이 상처가 된다"고 지적했다.
녹사평역분향소에는 외국인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국 여행을 위해 지난달 26일 프랑스에서 입국한 아키프(22)는 "사고가 일어난 날 근처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참사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외국인 희생자들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한국에 왔을 텐데 슬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캐나다인 데인씨도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녹사평역분향소를 찾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45명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채익 위원장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도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도움 못 돼 죄송해…잊지 않을게' 이태원 현장 추모 행렬 밤까지 이어져
'다음 생에는 더 멋진 일들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모 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이 같은 글이 쓰인 포스트잇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히 쉬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글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특히 자신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던 간호사라고 밝힌 한 추모객의 포스트잇이 눈길을 끌었다. 해당 포스트잇에는 '제가 한 심폐소생술이 아프지는 않으셨나요. 옆에서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눈 감는 길 외로우시지 않게 도와드렸어야 했는데…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태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도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태원역은 오후 7시쯤부터 일과를 마친 시민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는 고등학생 위모군(18)은 "인터넷으로 이번 사고를 접했는데 함께 즐기는 핼러윈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퇴근 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러 왔다는 이모씨(30)는 "직장이 근처는 아니지만 여기서 사고가 일어났으니까 이곳을 찾아왔다"며 "한 시간 넘게 있었는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마모씨(40)도 "20대 때 이태원에서 놀았던 기억이 나서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거나 멍하게 허공을 바라봤다. 추모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표정에 묻어난 슬픔은 같았다. 슬픔을 감추지 못한 추모객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20대 A씨는 손을 떨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바닥에 놓인 꽃들을 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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