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이태원 참사로 본 안전교육 현주소

2022. 11. 1. 23: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체험 통해 안전 생활화해야
안전교육 1년에 한두 번… 영상 대체 일쑤

참으로 혼란스럽다. 황망한 사고다. 오래전부터 행해져 온 이태원의 핼러윈 행사가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3년 만에 다시 열려 사람들 마음도 더욱 들떠 있었던 것 같다. 10만여명이란 인파가 몰린 행사였는데 지자체의 안전관리 부실, 시민들의 안전의식 결여, 이태원 거리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150여명이 압사하는 대참사의 안타까운 결과를 냈다.

이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향후 대책을 잘 강구해야 한다. 우선 시급히 진행해야 할 단기적 대책이라면 전국의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은 축제나 행사에 대해 특별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그러니까 최소 5년간의 데이터를 확인하여 참여 인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주최자가 없어도 일정 인원 이상 모이는 행사는 지자체가 판단해 기본적 안전조치를 위한 차량이나 인원통제, 구급요원 등을 경찰과 소방에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도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에 먼저 통보해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
뚜렷한 주최자가 있는 행사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 등에 따라 주최 측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의 검토와 심의를 받아 미흡한 경우 추가 조치까지 하여 나름 2중, 3중으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반면, 주최자 없는 행사는 기존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시민들의 안전의식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즉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에 없다고 방관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고 위험 요인이 보이면 바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자가 없는 집단행사도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바람직하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우리나라 안전교육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참사의 경우 시민들의 안전의식 결여를 무시할 수 없다. 안전의식 향상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체험을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생활화해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안전교육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 안전교육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재난안전 등 7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군중 밀집지역 관련 교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에 정부는 향후 학교 안전교육에 이를 추가한다고 한다. 또 중학교만 가도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시달리며 안전교육은 뒷전으로 밀린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안전교육조차 이론 위주로, 그것도 영상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이렇게 해서는 안전의식이 향상될 수 없다.

미국은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안전교육 과목을 실습 위주의 필수 교과로 채택하고 있다. 일본도 유치원에서 고교까지 분야별 안전 전문교육을 실습 위주로 실시한다. 영국의 경우 중고교에서 안전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도입하되, 체화할 수 있도록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 독일 역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연령에 따라 단계별 안전교육 계획을 세부적으로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또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다. 유럽에는 안전교육 과목이 대학의 정규 교과로 채택된 나라가 있을 정도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에는 중고생이 6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또 20대가 100여명으로 희생자의 대부분이다. 이에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과 협력해 학교 안전교육을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사고의 1차 책임이 정부나 지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 안전의식이 향상되지 않는 이상 정부나 지자체가 아무리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도 이런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자체, 시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행동할 때 비로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 한다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